
책 소개
새로 연구논문 모음집을 낸다. 주로 2010년 전후로 쓴 것들이고, 작품론이 많다. 물론 작품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에 매듭을 짓자는 마음에서, 그동안 아껴 두었던 작품론 외의 논문들은 물론이요 연구 성과를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글들까지 포함했다. 사정이 이렇다고 해서 서로 관련이 적은 논문들을 되는 대로 모은 것은 아니다. 거의 모든 글들이 그 의의 면에서 동일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하나의 작품이나 작가든 문학사나 연구사든, 그에 대한 국문학계의 일반적인 이해가 놓쳐 왔던 것들을 치밀하게 복원하려고 공을 들이며 쓴 것들인 까닭이다. 좀 더 객관적으로 말해 보자면, 이 책의 글들 모두, 학계에 널리 퍼진 통념적인 인식에 휘둘리지 않고 텍스트를 치밀하게 실사함으로써 그 실상을 객관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의지 혹은 지향에 의해 쓰인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지천명의 나이 전후로 논문들을 쓰면서 새삼 깊이 느낀 것은, 국문학계에 널리 퍼진 통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학계에서 이미 검토를 끝낸 지 오래여서 자명하다고 생각되어 온 주제들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연구자 자신의 문학관이나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자각적인 태도에서 유래하는 정교하고도 세련된 오해들 또한 적지 않다. 이러한 통념들에 맞서서 대상의 실제를 복원하고자 하는 의지와 소망을 추동력으로 해서 쓰였다는 데, 이 책에 수록된 논문들의 공통점이 있다. 이 책의 주장이 또 하나의 통념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징후적인 독해나 창조적인 독법을 경계하면서 검증 가능한 객관적인 분석을 수행하려고 스스로를 비우며 쓴 결과라는 점도,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덧붙여 둔다. 저자로서 할 수 있는 말은 물론 여기까지일 것이다. 나의 지향과 의지가 그에 부응하는 성과로 남겨졌는지에 대한 평가는 이 책을 읽어 줄 선후배, 동학 들의 몫인 까닭이다. 그러한 지향 자체, 시도 자체로도 의의를 가지리라는 생각을 못 할 것도 없겠지만, 그러한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다. 그럴 시기는 지낸 지 오래라는 생각 위에서, 연구 대상에 대해 고심하고 선행 연구들과 씨름하며 각각의 논문들을 써 왔을 뿐이다. 이상으로, 책의 제목을 ‘통념과 이론’으로 삼은 이유의 반이 드러난 셈이리라. 나머지 반에 대해서도, 오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해명 비슷한 이야기를 해 두어야겠다. ‘이론’이라 했지만 어떤 외부의 이론을 끌어들여 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 책이 이론과 관련된다면 그것은, 연구 대상의 논리를 성공적으로 드러냈을 때 그 결과가 보이는 이론이 하나요, 앞서 말한 씨름들 속에서 내가 끊임없이 활용했던 기존의 모든 성과들이 간직한 순금 같은 부분들이 다른 하나다. 요약하여, 통념과 싸우며 올바른 이론을 드러내고자 애 쓴 노력의 산물들로 이 작은 책을 꾸렸다고 하겠다. 이 책의 논문들을 쓰는 데 기댄 모든 것들과, 그것을 산출한 모든 분들께 감사의 뜻을 표한다. 극복해야 할 통념이든, 밝혀내야 할 이론의 광맥을 찾는 데 도움이 된 통찰이든, 그 어느 것 하나라도 없었다면 보잘것없으나마 이러한 성과도 없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국문학 연구의 장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분들께, 학문의 길을 함께 하는 모든 비어 있는 주체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연세와는 달리 항상 청년의 마음을 펼쳐 보이시는 국학자료원의 정찬용 원장님과 편집을 맡아 준 김진솔 선생님께도 마음속 깊은 곳의 고마움을 전한다. 2015년 초여름 무은재 연구실에서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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