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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의례와 문화적 기억

죽음 의례와 문화적 기억

이창익 조경만 배관문 임현수 구미래 나희라 홍태한 지영임 정효운 김진영

(도서출판)모시는사람들·2015-05-29

  • 철학
  • KDC 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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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서문 많은 사람들이 현재 우리의 죽음문화에 문제가 많다고 이야기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 많은 현상은 참 이야기하기 좋은 대상이다. 우리의 죽음문화는 어떤 비판도 적합성을 지닐 만큼 총체적으로 망가져 있는 것 같다. 정말 칭찬할 만한 좋은 점이 하나도 없는 문화인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성을 지니고 있다면, 우리의 죽음문화 자체를 이렇게 부정해도 되는 것일까? 죽음문화로부터 소외되어 있다는 의식, 이것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아닐까? 죽음문화의 퇴락 현상에 대한 지적은 이제 누구나 공감하는 상식적인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러나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성하지만, 이야기의 축적과 상관없이 죽음문화는 자기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짐작하기 어려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그 목적지에 대해 물을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것은 문화 자체의 생명력을 긍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우리의 죽음 이야기 자체가 이미 현대 죽음문화의 산물이거나 그 구성요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는 죽음문화 안에서 그 속도와 리듬에 따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현대 죽음문화의 속도와 리듬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무엇인가? 언제부턴가 한국사회의 죽음문화가 거의 10년 단위로 급변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 이미 우리는 10년 전처럼 죽지 않고 있으며, 10년 후에는 또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이쯤 되면 문화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 유행, 죽음 상품, 죽음 정치, 죽음 사업이라는 말이 더 적합한 듯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시대에 현대의 죽음문화를 정태적이며 구조적으로 서술하는 것은 무의미하거나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저 죽음문화가 변화하는 속도와 리듬을 세밀히 추적하면서, 그 유행의 양태를 기술하고 그 의미와 영향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문화의 부재는 아니다. 오히려 죽음문화가 총체적으로 잘못되었거나 아예 없다는 자의식, 나는 절대 현재의 죽음문화를 긍정할 수 없다는 자의식, 즉 나는 결코 이런 식으로 죽을 수 없다는 자의식, 또는 다른 방식으로 죽을 때 비로소 우리가 제대로 죽을 수 있을 것만 같다는 허위의식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죽음문화를 묻기보다 죽음문화를 부정하는 우리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나의 죽음, 너의 죽음, 익명의 죽음 등을 구분하여 서술한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은 다른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 먼저 우리는 죽지 않고자 하는 희구를 발견한다. 몸의 불멸이다. 이러한 희구가 한풀 꺾이면 죽어도 죽지 않는다는 희구로 변형된다. 정신의 불멸이다. 그러나 다시 이러한 희구가 한 번 더 절망을 겪고 나면, 인간은 오로지 다른 인간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동안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의식을 갖게 된다. 처음으로 죽음이 나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확대되는 계기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다. 이것을 다른 말로 바꿔 표현해 보자. 우리는 이러한 희구의 삼단계를 ‘죽고 싶지 않다’에서 ‘죽어서라도 살고 싶다’로, 다시 ‘잘 죽고 싶다’로 나누어 서술할 수 있다. 죽음문화는 최소한 이러한 세 가지 층위로 두껍게 구성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당대의 죽음문화가 이 세 가지 차원을 어떻게 종합하고 있는지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세 번째 층위, 즉 ‘잘 죽고 싶다’로 표현될 수 있는 차원에 주목하려 한다. 그것은 내가 다른 사람들의 기억 안에서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고, 죽음의 사회적 차원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고, 죽은 자와 살아 있는 자의 관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잘 죽기 위해서는 반드시 살아 남은 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나의 죽음’을 마무리하고 ‘나의 기억’을 보존하는 타인의 존재에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타인의 죽음’을 마무리하고 ‘타인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고 있는 나의 존재에도 주목하게 된다. 우리가 죽음문화를 이야기하면서 ‘죽음의례’와 ‘문화적 기억’에 주목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죽음이라는 사건이 벌어진 시점에서 주로 장례를 통해 죽은 자에 대한 물질적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제2부에서는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 비물질적으로 기억이 보전되고 재생산되는 문제를 다룬다. 제1부 ‘죽음 의례, 기억의 형성’에는 총 다섯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이창익은 「죽음의 연습으로서의 의례」에서 살의 장례식과 뼈의 장례식으로 이루어진 이중장의 사례를 통해, 장례식이 어떻게 인간의 몸으로부터 영혼을 구제하는 장치로 기능했는가를 고찰한다. 이중장은 죽은 자의 개체성을 증발시켜 집합적 영혼을 추출해내는 기술이다. 즉 죽은 자에 대한 개별적인 기억을 삭제하는 이미지 조작을 통해 영혼의 상태를 익명의 집합적 존재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거기에는 상징적인 죽음의 체험이 있다. 장례식이 ‘죽음의 훈련장’인 것이다. 이것은 의례가 부재하는 현재 우리의 죽음 개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런데 한국 문화에서도 이중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많이 사라졌으나 남해안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남아있는 초분(草墳)이 바로 그것이다. 초분은 망자의 시신을 바로 묻지 않고 육탈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뼈를 깨끗이 씻어 매장하는 풍습이다. 조경만은 「초분과 씻김굿 속의 산 자와 죽은 자」에서 진도의 초분과 씻김굿을 통해 이 의례와 연희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개념화한 죽음의 세계를 살펴본다. 초분과 씻김굿은 결국 몸과 장소와 사물을 상징으로 하여 사람들이 추구하는 하나의 문화세계를 보여주는 것이자, 나아가 인간존재와 자연과 사회에 대한 개념들을 재구성한 문화적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에도 오키나와 등지에는 이중장의 하나인 세골장(洗骨葬)의 풍습이 남아 있다. 시신을 매장한 곳에서 뼈만 거두어 개장하는 장법이기에, 사령(死靈)에서 조령(祖靈)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양묘제(兩墓制)의 원시형태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양묘제란 한 명의 사자에 대해 사체를 매장하는 무덤과 영혼을 모시는 무덤을 각각 만든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일본 민속학에서 조령 신앙을 뒷받침하는 고유의 옛 습속으로 한때 강력하게 주장된 바 있다. 배관문은 「두 개의 무덤, 하나의 시신」에서 에도 시대 모토오리 노리나가가 유언장에 지시한 두 곳의 묘에 대한 의문을 양묘제와 연결시켜 설명했던 종래의 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국학자로서 그가 구상했던 묘와 장례의 형식이 당시 파격적인 것이었음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그가 세간의 이목을 의식하여 사회적 체면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신의 학문적 신념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해석된다. 한편 임현수는 「상여는 망자의 집」에서 한국 전통 상여의 역사적 변천을 추적한다. 남아 있는 문헌자료와 실물 자료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왕실 상여 및 그것을 모델로 한 일반 계층의 상여에 이르기까지 그 변화 과정과 차이점을 상세히 비교 고찰하고 있다. 이 글에는 상여의 변천사를 관통하는 본질적인 물음으로 ‘상여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즉 전통사회에서는 상여를 단순히 망자를 장지까지 운반하는 도구적 차원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집’ 그 자체로 이해했다는 점에서, 현재 죽음 의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지는 것이다. 구미래는 「죽음 의례에서 옷의 상징성」에서 망자의 옷이라는 요소에 주목하여 불교 상례를 재조명한다. 불교 상례에는 시신의 몸을 씻은 후 떠나보내기 위해 입히는 수의(壽衣)뿐만 아니라, 영혼을 대상으로 옷을 갈아입히는 지의(紙衣)에서부터 실제의 한복(韓服)과 관념적인 해탈복(解脫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옷이 씻음·태움이라는 의례와 연계되어 등장한다. 화장에서 사십구재에 이르는 일련의 불교의례 체계가 망자의 몸과 영혼을 온전히 저승으로 통합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 과정에서 옷은 의례의 목적과 사회적 의미를 극대화하여 드러내는 핵심적 상징물인 셈이다. 제2부 ‘죽음 이후, 기억의 전달’에도 총 다섯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나희라는 「고대 한국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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