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해설사유를 변주하는 휴머니즘의 언어미학- 맹태영 시인의 시세계지은경(시인ㆍ문학평론가) 1. 프롤로그일찍이 박두진 시인은 ‘시인은 천혜의 사람’이라 하였다. 천혜의 사람은 하늘이 베푼 은혜를 입은 사람이란 뜻으로 시인의 시 쓰기를 축복받은 행위로 본 것이다. 맹태영 시인이 근 4년 만에 내는 세 번째 시집 5월의 당신께 상재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첫 시집 소고기국밥, 두 번째 시집 꽃방귀, 세 번째 시집까지 시인의 시집을 모두 탐독한 평자로써 맹태영 시인을 하늘의 은혜를 입은 ‘천혜의 시인’이라 이름하고 싶다. 맹태영 시인은 풍치 좋은 자연에 묻혀 시만 쓰는 사람이 아니다. 분명 직장인이며 생활인임에도 그의 시에서 느껴지는 시적 감수성과 자연을 해석하는 정서적 시심이 깊고 넓어 어느 경지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든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인식의 눈이며 시적 해석을 하는 미적능력이 있는 사람이 시인이다. 고행의 길을 걸어가는 출가자가 고통을 고통으로 생각하지 않고 기쁨으로 받아들일 때 진정한 수행자가 되듯이 그의 시들은 기쁨과 환희의 사유를 담고 있어 고통스럽지 않다. 성실한 시창작 과정의 천착에서 얻어낸 소중한 결실인 것이다. 시가 한 가지 기법으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기란 쉽지 않다. 시의 기본적인 작법인 형상성, 함축성, 참신성, 탄력성 등이 잘 갖춰진 시가 탁월성을 지니고 있을 때 읽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게 된다. 현대시의 특징이 언어의 낯설게 하기라 하여 한때 시인도 이해 못하는 불편한 시가 쏟아져 나왔다. 이들 난해시를 이해 못하는 것은 독자의 책임일 뿐이라고 말하여 당혹스럽기도 했다. 신춘문예 심사위원이나 평론가들이 이런 분열적인 난해시를 시창작의 예술성으로 본 것은 미술의 구상과 비구상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시의 본질을 잃는다는 것은 시가 대중에게서 멀어지는 이유가 되는 것은 유념해야 된다. 시의 애매성과 낯설게 하기 등 고도의 상상력은 지적 능력이며 시의 정신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위트와 아이러니, 메타포, 해학과 풍자 등은 시적 상상력을 넓혀주고 주제의식을 더욱 분명하고 선명하게 해준다. 2. 촌철살인의 비수가 숨은 시 맹태영 시인의 시의 특징은 간결성과 탄력성을 지니고 있어 주목하게 된다. 따듯하면서도 날카로운 언어가 역동적이고 지적 통찰의 깊이를 보여준다. 위트와 유머의 화법 속에 촌철살인의 비수가 숨어있음을 보게 된다. 그의 시는 현대시의 낯설게 하기의 충격요법을 지니면서도 뜬구름 잡는 난해성의 시가 아니다. 역설과 재치로 유쾌 상쾌하면서도 진지한 진실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의 언어는 레토릭이 성패를 좌우한다. 시어의 선택은 수사법 활용의 훈련에서 구축되며 중요한 것은 레토릭에 주목하면서 휴머니즘을 잃지 않는 것이다. 자연의 해석과 인간정신의 사유를 포괄하면서 휴머니즘이 녹아있을 때 미학적이며 독자의 신뢰를 얻게 된다. 이리 날지도 못하고 저리 날지도 못하며사이사이 사는 새슬픔을 쪼아 먹고 눈물을 마시며가슴앓이로 살아가는 새시간과 공간 사이에 끼여 살며눈치만 보며 살아가는 새흩날리는 꽃잎에도 움츠리며불안에 퍼덕이는 새날아갈라치면 애처롭고부여잡으면 떨어질 것 같아두려움으로 우왕좌왕하는 새날지도 날 수도 없는틈에 끼여 사는 새-「틈새」전문위의 시는 아주 좁은 부분을 이르는 ‘틈새’라는 명사를 ‘틈’과 ‘새’로 나누어 두 개의 명사를 만들어 새로운 이미지를 낳고 있다. 1연의 새는 아주 작은 틈에 생존하며 날고 싶은 곳으로 날지 못하는 새가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상징하고 있어 충격을 준다. 2연에서는 날아다니는 것이 본능인 새가 날지 못함으로 슬픈 현실이 되고 있다. 새처럼 인간의 본능 또한 자유를 억압당할 때 슬픈 한 마리 새가 된다. 3연의 “시간과 공간 사이에 끼여 살며/ 눈치만 보며 살아가는 새”는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을 은유하고 있다. 생존하기 위해서 회사에 고용되고 고용인은 상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속된 삶을 그린 것이다. 4연의 “흩날리는 꽃잎에도 움츠리며 불안에 떤다는 것은” 계절의 순환으로 꽃 피는 봄이 와도 아름다운 풍요와 정취를 맘껏 누리기는커녕 꽃잎을 흔드는 작은 바람에도 여지없이 불안한 현실이다. 5연에서 새의 불안은 클라이막스에 달한다. 자유롭고자 하여 날고자하나 날 수 없는 새의 운명이 예사롭지 않다. 고정된 틀을 잡는 것도 안정되지 않으니 두려움으로 좌불안석이다. 그래서 화자는 최후에 “날지도 날 수도 없는/ 틈에 끼여 사는 새”라고 슬픈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다. 위의 시는 노동과 생산의 함수관계에서 측정당하는 현대인의 지친 실체를 적나라하게 해부하고 있다.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유와 행복이다. 그러나 현실은 두렵기 만하고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는 이율배반적인 삶이다. 화자는 마지막 연에서 자유롭고자 하나 자유로울 수 없는 ‘틈에 낀 새’라는 것에서 틈에 낀 새가 얼마나 부자유하고 불편한 삶을 사는지 연상할 수 있다. 이 틈에 낀 새는 바로 현대인의 삶을 메타포한 것이다. 화자는 틈새와 같은 좁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대인의 불안한 실체를 발견하고 있다. 주관적인 자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인은 자신을 향해 분명하고 정직하게 고백한다. 한 인격체의 자유인으로서 회복하고 싶지만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것을 억압하고 통제해야 한다. 그래서 흐드러지게 꽃이 핀 아름다운 봄날에도 움츠릴 수밖에 없는 자신을 시로 격려하고 위로하고 싶은 것이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한 줄의 시인의 사유가 사회에 감동을 주는 것은 위대한 사상체계보다 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인은 의식의 포문을 깊고 넓게 확장하여 자아를 재구성하고 재편집하는 존재이다. 위 시는 ‘틈’과 ‘새’의 이미지로 현대인의 정서를 온전히 담아내고 있는 완성도가 높은 시이며 이 시집에서 대표시로 건져 올린 수작이다. 홀연히 돋아난봄! -「쑥」전문말이 필요 없을 때도 있다빈 가지에 엄지 척!내미는나무,새순이 그랬다소리 없이 느낄 때도 있다 -「봄」전문안녕하세요귀공녀처럼 인사하는 목련안녕하세요부끄러운지 후다닥 도망가는 벚꽃… … (생략)…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사월은 꽃처럼 인사하는 달안녕하세요?-「사월의 인사」부분시에는 시인의 정신이 투사되므로 시를 읽는다는 것은 시인의 사상과 정신을 엿보는 것이 된다. 시가 독자와 정서를 공감할 수 있다면 공감도가 높은 시라고 할 수 있다. 위의 시 「쑥」은 단 두 줄의 시이며 세 단어로 시를 완성시키고 있다. 시제는 「쑥」이다. 여기서 ‘쑥’은 안으로 깊이 들어갔거나 밖으로 ‘쑤욱’ 내미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이다. 또 다른 ‘쑥’은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 식물이다. 시제는 명사인 여러해살이풀 ‘쑥’이 봄을 은유하는 시가 되고 있다. 또 봄의 새싹은 흙을 쑤욱 밀고 올라오므로 여기에서 ‘쑥’은 명사이며 부사로서의 동음이의어의 성격을 띠고 있다. 단 두 줄로, 세 개의 최소 단어로 여러 개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시이다. “홀연히 돋아난” 홀연히는 미처 생각지 못한 상태이다. 1연의 “홀연히 돋아난”은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갑자기 나타난 것 ‘풀’도 ‘꽃’도 아닌 ‘봄’이다. 시인이 시를 구성하는 재치와 사유가 살아있는 감각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어 감탄하게 된다. 시 「봄」에서도 “말이 필요 없을 때도 있다”는 것은 “빈 가지에/ 엄지 척!” 내미는 새순이 바로 봄이지 않으냐고 암시하는 것이다. 가지에 돋은 새 순이 ‘엄지 척’으로 본 시인의 시선이 참신하다. 봄→새순→엄지척에서 ‘봄=엄지척’ 공식이 된다. 맹 시인 만의 새로운 자연의 발견인 것이다. 봄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 없이 느끼는 것이란 7행의 짧은 시 속에 담고 있는 특별한 안목이 봄의 이미지를 새롭고 참신하게 한다. 시 「사월의 인사」도 사월을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로 형상화하고 있다. T.S.엘리엇은 사월을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며 사월을 잔인한 달이라 말했다. 그러나 맹 시인은 ‘목련은 귀공녀’로, ‘벚꽃은 부끄러워 도망가는 꽃’으로, ‘개나리는 폭죽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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