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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and Flower Koo, Cha Soong

Artist and Flower Koo, Cha Soong

벤포스타

벤포스타·2015-08-01

  • 예술
  • KDC 6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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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이다. 거기 그 사물(being)이 그 적절한 자리에서 하나의 필수불가 결한 아름다운 대상이 되는 것, 그 대상들 하나하나가 나의 분신이 되고, 내 잃어버린 꿈의 파편이 된다. 메마 른 나무상자, 흰 보자기, 오랜 유물 같은 바랜 주전자, 비워진 술병, 그리고 담기지 못한 자그마한 것들, 자갈, 체리토마토, 레몬, 달걀, 바랜 사진... 어느 날 쓸모 없이 버려진 그 나무 상자에 술을 채우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술병은 비어 있다. 물기 어린 자갈 들을 하얀 보자기에 싸 말려주고 싶다. 담겨야 온전해지는 것들, 담아야 그릇이 되고, 이름이 되고, 존재가 되 는 것들, 그런 떠도는 일상의 사물들에 새로운 이름을 주고, 더 아름답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그들 갖자는 이미 생명을 상실했지만, 하나의 그림이라는 공간에 놓여 참으로 의미 있는 시적 오브제의 재탄생 을 본다. 예술은 우리의 삶처럼 깊이 들어갈수록 넓어지는 것이라고 말하듯, 나이와 함께 비로소 자신의 삶을 보게 되 고,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게 되는가보다. 그리고 내 그림의 표정을 통해, 순간 지나가는 바람마저도 숨을 죽 여야 하는 그런 초긴장의 상태에 도달하고 싶다. 어느새 내 시각이 미세한 색채와 형태에 신경이 곤두칠 때쯤 이면, 내 삶도 오브제들 속에 되살아난다. 숨을 쉬는 그림, 그 대상들이 주는 더 미세한 호흡을 찾고 싶다. 마치 그려놓은 대상이 무생물체의 큰 덩어리가 아닌, 무수한 꿈의 파편들이 부서져 그 잔해의 흔적을 극복하고, 온전한 오브제가 되기까지 말이다. 상처투성 이의 아픈 상징을 한 그 정물들을 나는 그림 속에서 치유한다. 가장 깨끗하고, 온전한 것으로 표현되어 새로운 힘을 잉태하고, 다시 하나의 커다란 힘에 응집되는 새로운 조화와 질서 위에 놓이길 원한다. 사물의 분명하고 명확한 묘사, 단지 외광의 투명만이 진실이 아닌 것처럼, 내 그림 앞에서 어느 감상자는 이렇 게 말한다. 실수로 흘린 한 오라기의 실밥조차도 보이지 않는, 마치 원시의 때묻지 않은 순수 결정체 어쩌면 에 덴의 향기로운 사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것이 결코 거칠거나 투박하기보다는 정제된 세련미와 나름의 멋이 담겨 있어 맑아진다고 한다. 그렇다 극도의 정적 속에 투명하게 빛을 머금는 사물, 존재의 오브제들은 자 유로운 유기체가 되어 그 감상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물이 거기 그 자리에 있다.' 나 스스로도 가입하길 원치 않는 단지 거기 그 자리에 그들을 높여주는 일을 할 뿐이다. 그래서 굳이 내가 그들 을 통해 뭔가 말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리얼리티의 벼랑 끝에서 그것들은 이미 현실의 존재가 아닌 것이다. 제2의 존재가 작품 속에서 잉태하는 것이다. 작가 자신은 이제 붓을 내려놓는 낯선 이방인일 뿐이다. 이렇게 하나의 오브제에 빠져들면 우리는 미지의 공간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는 것들 의 낯선 배합,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브제들의 독특한 자아, 나도 그 대상들 앞에서 새로운 존재로 타오르 는 촛불로 그렇게 꿈틀대며 숨쉬고 싶다. 정물 하나 하나에 호흡이 있어 각자의 소리를 말하려는 그 긴박한 상태, '간박하다.', '외롭다', 그리고 '강렬하 다', 정적과도 같은 공간은 그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우주다. 그 공간은 진공의 상태며 무한하다. 그러나 그 안 에 표현되는 오브제들에는 시간이 개입한다. 그래서 마치 사물이 태양빛에 따스히 온기를 덧입고 바래가듯 시 간성에 구속받는 것은 오브제들 뿐이다. 영원한 공간 속에 그 유한의 오브제들, 그것들은 살아 숨쉬는 동안만 은 최고의 빛을 발하고 가장 아름다워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어느 평론가가 말했듯 '시적 존재의 혀현'을 가능 케 하는 것이다. 작품이 자신들의 자리매김과 저마다의 색깔로 빛을 발할 때쯤이면 나는 가끔 호흡을 멈춘다. 그들이 호흡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힘 안에 응집된 그들만의 질서, 거기 그 자리에 있어 흔들리지 않는 조화의 아름다움, 사물 들 각자가 자존심을 회복하고, 어느 날 아침 내가 눈을 떴을 때 그 미지의 공간에 그것들이 사라져 버릴 것 같 은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새로운 자아의 탄생, 허물을 벗는 새로운 잉태, 벌거벗은 나신의 미지의 순수한 유혹, 그 ?선 시선 속에서 우리를 자각케 하고 느끼게 하고 체험케 한다. 혹, 지나치기 쉬운 사실 안에서 가장 바른 사실의 긍정, 결코 억압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자기망각의 공간, 결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참 긍정 의 꿈의 영역, 이것이 내가 표현하는 '사실'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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