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들어가는 말 발표공포증 환자에서 치료자가 되기까지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고 말하고 싶다.’ 글로 써놓고 보면 한 줄도 되지 않는 이 문제 때문에 평생을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떨림증이 있는 사람들, 발표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누군가에겐 고민할 가치도 없을 만큼 쉽고 간단한 일처럼 보이는 이것 때문에 누군가에겐 평생 엄청난 고통을 받고 상처를 받는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타인 앞에서 떨지 않고 내 생각을 잘 전달하는 것’ 그것뿐이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말투, 차분하고 침착한 태도는 바라지도 않는다. 이 간단한 것이 왜 되지 않을까? 마음 속 무엇이, 어떤 경험이 그토록 우리를 떨리게 하는 것일까? 이 책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그동안 떨림증 문제로 꽤 고통 받았을 확률이 높다. 그렇지 않다면 이 책을 읽을 필요조차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아마 중요한 발표를 망친 경험이 있거나 대중 앞에서 창피함과 수치심을 느낀 사람도 있을 것이며, 다른 능력은 뛰어난데 발표 능력 하나 때문에 부당한 평가를 받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왜 나는 사소한 발표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할까?” 하는 자책도 해보고, 속으로 혼자 끙끙 앓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말길 바란다. 우리 주변엔 이처럼 떨림증이나 발표 불안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인터넷과 책을 찾아 보지만 특별한 해결책이 없어 평생 콤플렉스가 되거나 마음의 짐으로 안고 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스피치 학원을 찾아 트레이닝을 받거나 심할 경우 정신과 상담을 받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대다수는 이런 속마음을 숨기고 떨림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간다. 이것을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하지만 떨림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큰 고역이 없다. 살다보면 크고 작은 발표를 할 일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불안에 떨고, 잔뜩 주눅든다는 건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이 증세는,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자칫하면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도 그랬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 나는 내게 발표 불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릴 때 다소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나는 완전히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남들 앞에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발표를 두려워하거나 낯을 가리는 성향도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중학교 때는 학교 대표로 ‘영어 말하기 대회’에 나간 적도 있다. 학교의 명예가 달린 일이다 보니 강도 높은 연습을 했고 친구들 앞에서 발표 연습을 반복했다. 그리고 다소 긴장은 했지만 발표를 무사히 마쳤다. 내심 제법 잘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만족스런 발표였다. 이른바 나는 ‘발표 잘하는 아이’로 통했다. 대학을 다닐 때도 비슷했다. 과제 발표를 해야 할 땐 조금 부담이 됐지만 남들도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발표를 할 기회는 많지 않았고 나는 내가 발표를 꺼린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내 착각이었다는 것을 대학원에 가서야 알았다. 오랫동안 숨겨왔고, 또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발표 불안 증세는 대학원 석사 과정 때 한꺼번에 폭발하고 말았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교수님과 동기들 앞에서 발표를 하던 날, 하필이면 그날의 발표 주제가 ‘공포(恐)와 놀람(驚)’이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 앞이라 불안하고 초조하긴 했지만 늘 보던 사람들 앞이니까 괜찮겠지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단상에 오를 차례가 가까워지면서는 평소에 하던 대로 마인드 콘트롤까지 했다. ‘심호흡 세 번.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아자!’ 제법 여유 있는 미소까지 띠며 강단에 올랐다. 그리고 몇 초나 흘렀을까? 눈 앞에 100여 명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집중되는 그 순간, 갑자기 입이 바짝 마르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어, 지금 내가 떠는 건가?’ 발표를 시작한 내 목소리는 분명 덜덜 떨고 있었다. 그것도 심하게. 그 사실을 인식하자마자 호흡까지 가빠왔다. 그때까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엄청난 불안이 엄습했고, 순식간에 머릿속과 얼굴이 하얘졌다. 공교롭게도 내가 준비한 슬라이드에는 그날 내 몸이 보여주는 모든 증상이 나열되어 있었다. ‘창백한 얼굴, 덜덜 떨리는 목소리, 등 뒤로 흐르는 식은 땀, 사시나무 떨듯 흔들리는 손?.’ 누군가가 슬라이드에 적힌 증세와 나를 번갈아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완전 똑같네!” 내가 얼마나 그 상태로 서 있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혼란과 당혹감 속에서 도망치듯 허겁지겁 단상에서 내려왔다는 것만 기억날 뿐이다. 한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퍼블릭 스피킹(Public speaking)’이라고 한다. 이른바 대중 앞에서 말하기 공포다. 발표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죽음이나 이혼에 대한 공포보다 더 크다니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발표 불안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스트레스 강도에 비해 또렷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인지 수년째 불안 지수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행히 나는 발표 불안이 정점을 찍었던 그 당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냈다. 그날 느낀 수치심과 당혹스러움이 워낙 커서 그 사건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자세히 밝히겠지만 - 내가 선택한 방법은 효과가 빠르고 탁월했다. 그 다음 학기엔 전혀 떨지 않고 발표를 무사히 마쳤으니 말이다. 레지던트이던 한 선배는 내 변화에 깜짝 놀라며 “대체 어떻게 하면 사람이 그렇게 달라질 수가 있어?”라고 물을 정도였다. 그렇게 내가 발표 불안과 작별한 지 10년이 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지금 발표 불안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전문 상담 센터인 를 열어 상담과 강의를 한다. 남들 눈에는 대수로워 보이지 않는 발표 불안을 직접 겪어본 한 사람으로서, 그것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상처가 되는지, 일상 생활에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선택한 직업이다. 센터에는 매주 수십 명의 사람들이 찾아와 자신만의 속사정을 털어놓고, 치유의 과정을 체험한다. 단순히 발표를 좀 더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부터 오랫동안 불안에 시달려 병적 증세에 이른 사람까지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 간다. 어떤 이는 병원 치료까지 동원했는데도 효과가 없다며 “마지막 기회다”며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지난 10년 동안의 상담 경험만 봐도 어떤 사람에겐 발표 불안이 죽음보다 더 두렵고 고통스러운 문제라는 사실이 확실하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뿐 그런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고 그 수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발표능력의 중요성이 빠르게 확산되는 사회적 추세도 이런 변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2015년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대기업, 공기업, 금융기관 등에 다니는 직장인 800명을 대상으로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되는 스펙’을 조사한 결과 800명 중 48.9%가 ‘스피치 능력’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주요 21개 대기업 대졸 그룹 공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개 그룹이 지원 서류에 학점, 어학 성적, 개인정보 등을 축소 또는 삭제하고 면접, PT, 집단토론 등의 과정을 통해 인재를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이 아니다. 2015년 9급 국가직 공무원 면접에 5분 스피치 면접이 신설 되었고. 7급 국가직 공무원 면접에는 집단 토의와 개인 발표가 처음 도입되었다. 과거에는 ‘침묵이 금이다’ ‘겸손이 미덕’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런 말들이 어울리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그보다는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중요한 능력으로 인정받는 시대다. 나이, 직급,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발표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른바 발표를 피해서는 설 자리가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개 떨림증을 경험하는 자리는 중요한 자리일 확률이 높다. 꿈에 그리던 직장의 면접 자리, 회사의 중대한 발표, 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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