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프롤로그 죽음을 직시하면 남은 삶이 투명하게 보인다 어느 날 갑자기 병이 발견되어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았다. 다니던 당뇨 클리닉에서 엑스레이 검사를 했는데 “폐가 새까맣다”고 해서 대학병원을 소개받아 갔다. ‘간질성 폐렴’ 진단이 나왔다. 폐 속 허파꽈리 벽이 점점 망가져 호흡하기 힘들어지는 병. 나을 가능성이 없는 진행성 난치병. 빠르면 2년 반 만에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극도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펜을 부여잡고 마음의 동요를 있는 그대로 쓰기 시작했다. 의사가 처음 했던 말과 그 말을 듣고 내가 받은 충격까지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갔다. 뭔가를 기록하는 건 평소에도 익숙한 일. 손을 움직이고 있으면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다……. 무엇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신적 균형이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 후에도 절규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듯 불안과 갈등의 나날을 필사적으로 계속 적었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이렇게 물으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최근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이 붐이다. 자기 장례식과 묘지를 준비하고, 신변을 정리하고, 상속세 대책을 세우는 등 살아 있는 동안 죽음 이후의 여러 가지를 고려하며 준비해두는 일이다. 이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죽음을 선고받은 내게는 그런 실리적인 것보다 ‘죽음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일’이 선결 과제였다. 이걸 해결하지 않고는 다른 일을 손댈 수 없었다.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오는 죽음. 그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죽음과 마주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도 이미 죽은 사람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다. 당연히 어떤 얘기도 들을 수 없다. 유언 쓰는 방법이나 묘비 구입 요령 등을 다룬 임종 준비 서적은 많지만, ‘죽음의 공포를 해소하는 요령’을 담은 책은 보이지 않는다. 수요가 없는 걸까. 하긴, 죽음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하는 걸 금기시하니 되도록 언급하지 않으려는 경향은 있다. 자연히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에 관한 교육도 많이 배제됐다. 무엇 하나 붙잡을 것 없이 암흑 속에 내팽개쳐진 채 머릿속이 뒤엉켜 있었다. 처음 얼마간은 너무 괴롭고 고통스러워 허둥댔다. 밀어닥치는 불안과 공포 앞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다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에 휩쓸려 이리저리 표류하는 이물질을 일단 꺼냈다. 펼쳐서 해석한 다음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무엇이 괴로운가. 어떻게 하고 싶은가.’ 혼자 힘으로 답을 찾기 위해 닥치는 대로 버둥거리며 죽음이란 무엇인지 찾았다. 번민하고, 친구와 이야기하고, 전문가를 찾아가고, 갈기갈기 찢어질 듯한 심경을 기록했다. 자문자답이 이어진 혼돈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어언 열흘쯤 지났을 무렵, 죽음에 관해 대략 알게 됐다. 죽음에 대한 각오도 생겼다. 시곗바늘이 미래가 아닌 삶의 종착점을 향해 시간을 새기기 시작하면서 확실히 깨달았다. ‘막연히’ 흘러가던 매일매일의 시간이 갑자기 ‘응축된’ 시간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내 인생을 어떤 식으로 만족스럽게 마무리할 것인가에만 신경을 집중했다. 꼭 해두고 싶은 일, 어떤 일이 있어도 이루고 싶은 꿈, 반드시 갖고 싶은 것, 마지막으로 가고 싶은 장소……. 이런 것들도 꼽아봤다. ‘시간이 없다. 실패하면 안 된다.’ 긴장감 속에서 우선순위가 오히려 또렷이 보였다. 죽는 법을 생각하는 것은 사는 법을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다. 죽음을 직시하면 살아갈 시간이 이토록 투명하고 충실하게 보인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지’는 생각하면서도 ‘죽음’과 ‘죽음에 이르는 길’은 외면해왔다. 대부분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죽음으로 향하는 시간’에 들어선다. ‘아직 죽음이 멀찍이 떨어져 있을 때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각오할 수 있다면, 살아 있는 시간이 좀 더 힘 있고 충실해지지 않을까? 인생을 후회 없이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내 경험에 비춰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한발 앞서 떠나지만, 뒤에 올 사람들을 위해 죽음을 선고받고 써내려간 내 마음속 대화와 갈등과 본심을 빠짐없이 모아 남긴다. 이른바 ‘죽기 전에 정리하는 마음의 참고서’라 하겠다. 말하기 꺼려진다는 이유로, 모처럼 경험해서 알게 된 사실에 대해 입을 다문 채 땅에 묻혀버리는 건 실로 아까운 일이다. 하여 죽음을 앞둔 당사자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면 좋을지 몰라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상태와 행동을 자세히 기록해두면 필시 도움되리라 생각했다. 죽음의 각오를 다진 과정과 죽는다는 것(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 부분도 엮었다. 떠날 시간이 다가온다. 만족할 만한 결승점에 도달하려면 한시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모든 지혜와 방법, 효율성과 확실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기술’이 필요하다. 부디 내가 남긴 이 기록에서 그 힌트를 많이 얻길 바란다. 결코 무겁거나 침울해하지 말고, 밝고 긍정적으로. ‘죽음을 직시하는 힘’을 지니면 비로소 단 한 번의 ‘인생을 살아가는 힘’도 빛난다. 이 책이 인생을 후회 없이 완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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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죽음을 직시하면 남은 삶이 투명하게 보인다 제1장 삶의 끝과 마주한 질풍노도의 열하루 태어남도 죽음도 거스를 수 없다 1일째 찢어질 듯한 마음을 말로 표현하다 2일째 지금껏 해둔 일들을 생각하다 3일째 죽음에 대해 공부하다 4일째 참지 않고 버둥거리며 울부짖기로 하다 5일째 죽음이라는 숙명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다 6일째 신에게 매달리고 신 앞에서 빌다 7일째 마음의 고향에서 죽음의 각오를 다지다 8일째 점술가에게 운명을 묻다 9일째 내 계획과 일을 이어갈 사람을 찾다 10일째 낯선 곳에서 구원을 청하다 11일째 라이프코치를 만나다 나도 모르는 내 안의 힘으로 죽음의 공포를 떨쳐내다 제2장 죽음을 각오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마음을 위로하는 말에는 기특한 힘이 있다 물건에 대한 집착은 끊고 버리고 벗어난다 인생 최후의 시간은 뺄셈으로 생각한다 죽음의 긍정적 모순을 깨닫다 수명보다 인생의 질에 가치를 둔다 마냥 좋은 일도, 마냥 나쁜 일도 없다 돈과 욕망은 갈등의 불씨에 불과하다 원하는 날 떠날 수도 있다 장수를 무조건 예찬하지 않는다 제3장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다 죽음이라는 경험은 어떤 것일까 준비할 수 있다면 조금 이른 죽음도 괜찮다 죽음은 고통스럽지 않다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죽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죽음 앞둔 사람을 더 아프게 한다 죽음은 인생의 소중한 결승점이다 당사자조차 죽음을 말할 수 없는 아이러니 눈을 감는 그 순간은 평온할 것이다 제4장 이 세상을 떠나기 위한 마지막 준비 여행에서 인연의 끝맺음을 생각한다 최후의 감동을 오감으로 맛본다 말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말해야 한다! 포기하고 능청스러워져야 진정 밝고 강인해진다 임종에 대한 뜻을 남긴다 위인들의 삶에서 살아갈 날의 힌트를 얻다 무언가에 의지하는 마음으로 종교를 가지다 장례식 준비는 나답게, 좀 더 정성껏 영정 사진은 인생 최고의 사진으로 마지막 입원은 1인실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은 무료하지 않게 인생의 정상에서 하산하는 길은 헤맬 일 없는 외길이다 노화와 죽음이야말로 진화의 완성이다 에필로그 | 죽음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덧붙이는 말 | 목숨이 다할 때까지 긍정적으로 밝게! 옮긴이의 말 | 누구에게나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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