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긴 세월의 풍상을 겪으며 새겨진 ‘소박하고 수수한 시’들 나석중 시인은 수석壽石 애호가이다. 취미는 그 주체의 비밀을 여는 열쇠이다. 취미는 욕 망의 가장 자연스러운 표현이기 때문이다. 수석은 바깥으로 드러난 돌의 내면이다. 수석 의 바깥에는 바람과 눈, 비와 우박, 이슬과 흙, 이를테면 바깥의 모든 것들의 움직임이 기 입된다. 수석은 바깥으로 드러난 돌의 내면과 돌의 바깥이 만난 기록이다. 그것은 두 경 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된다. 나석중은 수석을 “하나님이 퇴고를 마친 詩”(「수석론壽 石論」)라고 말하는데, ‘수석=시’라는 등식은 그가 수석의 문법과 시의 문법을 동일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석중의 시들을 읽다보면, 그것들이 오랜 연마와 수련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자꾸 실 감하게 된다. 마치 수석처럼 그의 시에서는 긴 세월을 돌아온 바람 냄새가 난다. 그는 다 른 사람들 같으면 붓을 꺾거나 붓에 힘이 빠질 수도 있을 나이인 60 중반에 등단했다. 어 찌 보면 엉뚱한 이력이다. 이제 팔순을 눈앞에 둔 지금 그는 벌써 여섯 권의 시집을 상재 하고 있다. 그의 시들은 뜨겁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강가에 흩 어져 있는 돌들처럼 그의 시들은 소박하고 수수하며 자연스럽다. 그것들은 긴 세월의 풍 상風霜을 담고 있으며 시인의 내면에 천천히, 더디게 새겨진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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