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엄마, 어디든 가서 살아만 있어!”신고 배 맛 같이 사근사근한 목소리의 빼롱이가 어디서 나온 소리인지 찢어질 듯 악을 쓰며 통곡하듯 말했었다. 난, 간절한 그 아이의 진심에 큰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살아는 있었다. 그러나 1998년 4월 25일 미국 땅에 왔을 땐, 6개월 관광 비자에 맞춤형으로 시한부를 정한 상태였었다.복잡한 시애틀을 빠져나와 전 해에 어학연수 차 왔었던 올림피아로 갔다. 올림피아는 공기의 맛부터 상큼했다. 녹색 이끼에 감긴 거목의 숲 속들은 태고의 숨소리들을 품고 있어 신성했고, 여름 내내 하늘은 투명해서 별들도 방금 말끔히 목욕을 끝낸 아기처럼 더더욱 신비로웠다. 십자가를 가슴에 달고 날아가는 백조의 데네브, 직녀가 있는 하프, 견우가 있는 독수리자리의 삼각형틀 속을 관통하며 흐르는 은하수 주변을 거닐던 때를 기억하며 다시 간 것이다. 그러나 4월에 도착한 나는 매일 구름 끼고 빗방울이 오락가락 거리는 올림피아가 더욱 우울해져서 6개월을 다 채우지 못하고 떠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시애틀의 연간 기후조건을 미리 파악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성이 없었다.원주에서 자매처럼 지냈던 앤은 원주 캠프롱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인 북동부 이어리 호숫가에 아담한 집을 마련한 후 나를 불렀다. 불러주는 친구가 있으니 북서부에서 북동부로 또 날아갔다. 내 인생의 마지막 6개월 동안 미국 땅 여기저기를 맘껏 돌아다닐 계획이었다. 아침마다 나무 숲속에서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삐삐새가 투명한 허공을 쪼아대듯 삐삐 거렸다. 거대한 이어리 호수는 바다처럼 끝이 안보이며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갔다. 밤에도 백사장에 앉아서 마음을 파도 위에 실었다. 요란하게 호수로 빠져드는 북두칠성의 국자 끝 손잡이 베네트네쉬(Benatnasch)가 잡힐 듯 했고, 목동자리의 아크투르스(Arcturus)는 오렌지 알이 떨어져 내릴 듯 가까웠고, 처녀별 자리의 스피카(Spica)는 신부의 흰색 드레스처럼 신비로운 것들이 완만한 곡선 상에서 요란했다. 2달을 그녀 집에서 편하게 지냈다. 어느 곳에든 정착할 의도가 없었으니 또 다시 어딘가로 가야했다.앤과 함께 그녀의 친구가 사는 알라바마 남쪽으로 내러갔다. 막힘없이 180도가 확 트인 넓은 벌판에서 쏟아져 내리던 별, 별, 별…, 그리고 미디어 샤워가 있는 한밤중에 나를 벌판으로 데려다 줬던 지상의 천사를 그곳에서 만났다. 그 따뜻한 사람은 다른 얘기 속에도 남아있다. 신은 아무래도 나를 세상에 더 남겨 두려고 작정했나 보다. 그건 별 때문일까? 미국의 광활한 땅은 내가 선택해서 가는 곳마다 맛나게 상큼한 공기와 밤이면 초랑초랑 별들이 어찌나 가까이 있던지.한국에서 볼 수 있었던 별자리이름과 신화 얘기 한 귀퉁이 정도만 알고 있던 나는 천문학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가장 잘 선택한 학문이 되었다. 저 끝없이 광활한 우주의 경이로움을 모른 채 큰일을 치를 뻔 했었다는 걸 우주에 마음을 돌리면서 알았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 작가)는 내가 할 말을 먼저 했다. ‘내가 뜻밖에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한번 뿐인 목숨까지도 내려놓으려고 다 비우고 났을 때, 진정한 나의 우주가 보였고, 오직 나만을 위해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사는 방법을 알 수 있었다. 서글픈 행복감을 느끼며 찾은 자유다. 잠깐 살다 가는 이 지구 행성에서 마음만 한량없이 부유해졌고, 스스로 만족하며 내가 누리는 내 마음의 사치가 사랑스러워 꼬옥 껴안는다.난, 결코 독자들을 염두하며 이 책을 엮으려고 하지 않았다. 내 자신에게 남겨두고 싶어 자서전적인 소설과 오만이 가득 찬 글들을 형식조차 무시하며 내 멋대로 엮었다. 마음에 앙금처럼 떠나지 못하는 얘기들을 모두 쏟아내니 한결 가벼워졌다. 그 것이 책을 엮은 이유다.이 책은 나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나만을 위해내 가슴 속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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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황제의 오만 I 047 황제의 오만 II085 밤꽃향기121 소양애곡 I155 소양애곡 II205 남은 얘기들257 에필로그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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