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016년 1월 17일 개운사(김천시 소재)에서 한 개신교인이 법당 내 관음상과 각종 불구(佛具)들을 훼손하였다. 훼불 전에는 인근 성당의 성모상도 훼손했다고 한다. 기자의 취재 결과에 따르면, 자기 불행의 원인을 남(특히 다른 종교)에게서 찾으며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그런 일을 벌였던 것 같다. 한국에서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개신교인에 의한 훼불 사건은 타인의 종교는 물론 자신의 종교에 대한 무지에서 벌어진 불행한 일들이다. 그런 사건이 벌어져도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주류 개신교회들이나 특별한 보도를 하지 않는 개신교계 주류 언론, 설령 알더라도 그러려니 하는 체념적 무감각들 때문에 이런 일들은 되풀이된다. 이 사건 이후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의 발의로 김근수, 이찬수, 박범석 등 일부 종교인들이 ‘개운사 불당 회복을 위한 모금’을 몇 개월에 걸쳐 인터넷 상에서 진행하였고, 일정 금액이 모금되었다. 액수가 크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만큼은 무엇보다 큰 후원금이었다. 개운사 측에서는 모금액을 사회적으로 의미 있게 사용해주면 좋겠다 요청해 왔고, 그동안 종교와 평화 관련 포럼을 진행해 오던 ‘레페스포럼’이 그 사용 책임을 맡았다. 레페스포럼에서는 우리 사회의 불교와 기독교의 상호 이해를 심화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전문 연구자들이 모여 두 종교의 사상을 중심으로 진지하게 대화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내는 일에 이 귀한 돈을 쓰기로 했다. ‘불교와 기독교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 특히 ‘사상적 차원에서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열두 명의 불교와 기독교 연구자들이 참여해 1박2일 심층 토론을 벌였다. 가능한 한 주제별 시간을 제한하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며 토론하는 일종의 ‘끝장토론’ 형식이었다. 식사와 간식은 물론 뒤풀이도 같이 하며 진행했으니, 말 그대로 ‘심포지엄(향연)’이었다. 이 책은 그 심포지엄 결과를 참석자들이 여러 차례 보완하고 정리하여 단행본으로 만든 것이다. 심포지엄에는 모두 열두 명의 전문 연구자가 참여했다. 불교 측에서는 김용표(동국대 명예교수, 종교학/불교학), 류제동(성균관대 초빙교수, 종교학/불교학), 명법(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불교학/미학), 송현주(순천향대 교수, 종교학/불교학), 원영상(원광대 연구교수, 일본불교학/원불교학), 이도흠(한양대 교수, 국문학/불교학) 선생이, 기독교측에서는 김근수(가톨릭 해방신학연구소장, 신약성서학/해방신학), 김승철(일본 난잔대 교수, 조직신학/종교간대화), 손원영(서울기독대 교수, 기독교교육학),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종교학/평화학), 이관표(협성대 초빙교수, 신학/철학), 정경일(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 조직신학/종교간대화) 선생이 참여했다. 홍정호(연세대 기독교문화연구소 전문연구원, 선교학) 선생이 전체 토론의 기록과 정리를 맡았다. 허심탄회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토론하면서 참석자들이 대부분 공감한 것은 외견상 이질적인 두 종교가 사상적 차원에서 상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이다. 평상시 개인적으로 예상하던 공통성을 집단지성 안에서 확인하기도 했고, 미세하고 중요한 차이들을 다시 정리하기도 했다. 불교적 세계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무아와 연기가 기독교권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고 작용하는지도 따져보았다. 이런 내용들을 다루며 하나의 진리가 다양하게 표현되고 해석되는 것이라는 주장은 물론, 표현과 해석의 다양성이면 충분하지 그 너머에서 하나의 진리를 도출하거나 가정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되새겼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이 질문하고 대답하고 각성해 온 깊은 진리 체계를 농축해서 함께 느끼는 역동적인 시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와 기독교 간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특히 인간론에서 발견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무한한가 유한한가의 문제, 인간은 이른바 궁극적 진리와 같은가 다른가의 문제였다. 불교가 대체로 전자에 가깝게 생각하고 기독교는 대체로 후자에 가깝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한 번 더 확인되었다. 기독교권에서는 인간이 궁극적 진리로서의 신과 동일하다고 말하기는 곤란한 전통이 강한 데 비해, 불교권에서는 인간이 우주적 진리로서의 붓다 혹은 불성과 동일하다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독교권에서는, 비록 최근 생태신학적 사유가 부각되고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인간 중심적 사유가 강한 데 비해, 불교권에서는 인간과 자연을 상관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차이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두 세계관의 특징이지 우열의 차원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는 점, 그리고 불교든 기독교든 여전히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에 열려 있는 사유체계라는 사실도 분명했다. 두 종교가 상보적으로 이해되고 서로 안에 수용될 때, 불교와 기독교 하나하나는 물론 인류의 미래까지 담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들도 서로 나눴다. 개인의 견해를 듣고, 대화하고, 거의 밤샘 토론에 가까울 정도로 서로 교류하는 과정은 재미에 의미를 더한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머리말에 일일이 담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심포지엄 참여자들이 저마다 불교와 기독교를 어떻게 보는지 발제문들도 미리 준비해왔고, 함께 읽으며 서로 배웠지만, 심포지엄의 백미는 역시 대화와 토론이었다. 이 정도 수준의 토론은 그동안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별로 없었을 것 같다. 편안하면서도 진지하고 수준도 높았다. 그런데 이런 의미깊은 행사의 참석자 중의 한 사람에게, 아니 사실상 참석자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다시 닥쳤다. 모금하는 과정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손원영 교수가 우상숭배에 준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재직하던 학교에서 징계를 당할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고통을 겪고 있는 이웃을 도왔으니 칭찬을 해야 마땅한 일인데 징계라니 웬말이냐며 참석자들은 염려했고, 주변에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결국 손 교수는 심포지엄이 끝나고 난 얼마 후 학교에서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당했다. 파면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학교에서는 징계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며 발뺌했지만, 불교를 도왔다는 일이 파면의 결정적 계기였다는 점은 누구나 알 만한 사실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양식 있는 많은 이들이 징계가 부당한 처사라며 학교를 비판하고 파면 철회를 요구했지만, 학교의 전통과 설립 정신이 손 교수의 신학 및 처사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는 징계를 정당화하기 급급했다. 개신교인에 의해 심한 정신적 물적 피해를 입은 사찰에 미안한 마음으로 대신 용서를 구하며 복구에 도움을 주고자 했던 사랑의 손길을 신앙의 이름으로 도리어 정죄할뿐더러 20년 이상 재직하던 학교에서 단박에 내치는 그 비정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손 교수 파면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언론이나 양식있는 학자들이 대신 증언하고 있고, 이 책의 맨 뒤에 손 교수 본인이 직접 저간의 상황을 기록한 생생한 기록도 들어 있다. 더 많은 양식있는 시민들이 학교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일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서로 관계를 맺고 있이기에 서로를 존중하며 사는 것이 당연하고 필연적인 윤리라는 토론을 하기도 했던 이번 레페스 심포지엄의 참석자들은 손 교수의 파면이 철회되고, 손 교수가 헌신하던 학교로 다시 돌아가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번 심포지엄 참석자 전체는 물론 일말의 양식이라도 있는 이라면 누구든 그것이야말로 기독교의 정신에 어울리는 가장 근본적인 일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2017.12 토론자를 대표하여 이찬수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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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5 제1부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 Ⅰ.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_ 원영상 15 1. 불교와 기독교 간 대화의 출발점 17 2. 불교와 기독교 간 대화의 심화 18 3. 불교와 기독교 간 대화의 미래 20 Ⅱ. 불교 공(空)사상과 열린 포괄주의에서 본 기독교_ 김용표 21 1. 공성으로 이웃 종교 바라보기 22 2. 내가 생각하는 기독교 24 3. 창조적 종교 대화를 위한 제언 30 Ⅲ. 불교와의 대화를 통해 신학을 배우면서_ 김승철 35 1. 불교를 통해서 신학을 배우다 36 2. 불교적 기독교 신학의 형성 39 3. 불교와 자연과학과 다원주의적 다원주의 42 4. 기독교 신학의 패러다임 변화 45 Ⅳ. 불교와 기독교의 공통점과 차이, 융합_ 이도흠 49 1. 머리글 50 2. 실체론과 관계론 51 3. 이원론과 대대론(待對論) 54 4. 신과 진여(眞如) 56 5. 열반과 하느님 나라 59 6. 사랑과 자비 61 7. 맺음말 65 Ⅴ.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를 위한 몇 가지 주제들_ 이관표 69 1. 들어가는 말 70 2. 힘이 아닌 나약함을 받아들이는 기독교와 불교 71 3. 나약함의 수용으로서의 비움 74 4. 나가는 말 77 종합토론 79 제2부 불교와 기독교의 만남 Ⅵ. 불교와 기독교, 같은 실재를 달리 표현한다_ 이찬수 121 1. 붓다와 예수 122 2. 열반과 하느님 나라 123 3. 부활과 윤회 125 4. 공(空)과 하느님 128 Ⅶ. 불교와 기독교의 만남_ 명법 131 1. 불편한 기억들을 너머 132 2. 공동의 지평을 찾아서 133 3. 차이를 통한 공존의 모색 135 종합토론 137 제3부 불교와 기독교의 실천 Ⅷ. 그리스도교 세계관과 불교 : 세상을 올바로 바꾸려는 투쟁과 올바로 보는 눈_ 김근수 163 1. 그리스도교는 무엇인가? 164 2. 내가 보는 불교 168 Ⅸ. 불교와 그리스도교에서 종교적 삶 : 윌프레드 캔트웰 스미스의 연구를 중심으로_ 류제동 171 1. 종교적 삶의 초월성 172 2.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종교적 삶·인간의 초월성에 대한 통찰 173 3. 불교 전통에서 종교적 삶 174 4. 종교적 삶에서 신앙 177 Ⅹ. 붓다의 길과 예수의 길_ 정경일 179 1. “이 산의 또 다른 면이 있다” 180 2. 구원의 다른 길들 181 3. 환대의 꿈 182 XI. 불교와 기독교, 아픔을 공유하다 : 개운사 훼불사건 및 불당회복을 위한 모금운동 일지_ 손원영 187 1. 한국 교회의 위기 극복은 바른 신학 교육으로부터 201 2. 우상숭배 운운에 대하여 202 3. 우리 학교는 정통-보수신학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206 4. 결론을 대신하여 207 종합토론 209 찾아보기 255 저자 소개 260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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