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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염오 離諸染汚

이제염오 離諸染汚

사진(작)가 : 백상현

디자인 신원·2021-06-10

  • 96쪽
  • 260×190mm
  •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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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백상현 작가의 2019년 사진은 20년째 시화호의 변화를 기록하면서 다시 돌릴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의 부재를 극한까지 밀어 올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사진 속의 풍경은 사라지고 그 대신 사진작가가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 추억 등이 남겨졌다. 결국 안타까운 표현이라는 작가의 마음은 감정의 문제만 아니라 ‘표현되지 않는 여운이 생성’되는 것이다. 그는 우리 주변에 있지만 소중함을 간과하는 우리 것들을 흑백사진으로 기록했다. 는 과거를 잊지 않으려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시화호의 풍경을 유유히 담아내고, ‘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화면 속에 담긴 나무와 들판, 사람과 바람은 정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이번에 전시하는 는 사진에서 보여주었던 주변에 늘 있지만 소중함을 간과하는 ‘정적인 이미지’와 ‘표현되지 않는 여운이 생성’ 된다는 점에서 동일한 연장선상에 있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그는 꽃을 통해서 수행하는 모습이 발견된다. 그것은 연꽃이 보여주는 열림에서, 연꽃 자체로 살기 위한 수행이 엿보인다. 여기서 언급하는 ‘정적인 이미지’는 형태적인 모습에서 표현되지 않는 여운이 생성되는 것은 수행으로 연결된다.백상현이 에서 연꽃 사진을 찍게 된 배경을 살펴보자. 그는 우연한 기회에 연꽃 밭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는 썩은 진흙 속에 죽은 연잎만 물속에 묻혀있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진흙 속에서 인고(忍苦)하는 과정에서 고귀한 꽃으로 승화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짧은 순간에 작가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모습과 함께, 이제염오(離諸染汚)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연꽃은 진흙탕 속에서 자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 백상현은 연꽃은 진흙탕에 있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 하지만, 연꽃을 인간 세상에 비교하면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인간 세상은 매일 매일 갖은 유혹과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통에 대한 인식은 염세주의 철학에서 도전하는 최고의 경지에 해당한다. 염세주의 철학은 인간에게 금욕고행(禁慾苦行)을 요구한다. 그 말의 의미는 법정 스님이 언급한 ‘신앙생활’과 같다. 인간은 매일매일 정진하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 어느 것에도 마음을 두지 않고 중요의 미덕을 실천하면서 살아야 한다. 항상 오늘에 지중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이 말의 의미는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정 스님의 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사바세계라 한다. 우리말로 하자면 참고 견뎌 나가는 세상이란 뜻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는 땅’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세상은 고해(苦海)로 가득 차 있으며, 이 대지는 참는 땅이다. 니체(Nietzsche)는 에서 초인(超人)을 이 ‘대지의 뜻’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이상세계에 대한 희망을 언급하는 자들을 믿으며 하늘만 바라보았다면 이젠 하늘을 그만 바라보고 지금 살고 있는 발아래의 대지에 충실 하라는 것이다. 니체가 태양처럼 몰락하라는 것은 이 대지에 충실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대지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삶의 무게를 감당해내는 것이다. 아픔이 없는 삶은 없지만, 그 고통을 감당할수록 삶은 위대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연꽃을 통해 지나간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제염오처럼 살고 싶은 것은 과욕이 아니다. 그의 사진은 온통 흑백의 연꽃으로 가득하다. 작가는 연꽃의 무리에서 카메라로 어느 한 부분을 클로즈업하거나, 연꽃, 연잎 주변의 미세한 생명체들을 조심스럽게 관찰한 화면 구성이 드러난다. 연잎 아래로 다른 이름 모를 생명체들이 공존하는 이 장면은 흡사 전통적인 풍경 사진에서 엿보는 사진작가의 관조적인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백상현의 사진에서 고유하고 독창적인 연꽃은 밀집되고, 해부학적이고 동시에 확장되면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든다. 이런 모습은 연꽃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독자적인 대조에서 발생하는 뉘앙스는 흑백의 우아한 사용으로 제한적으로 나타난다. 이 모든 것이 집약되어 꽃을 피우려고 열리거나 만개하기도 한다. 작가의 핵심적인 주제는 생명을 바라보는 인식으로 해석된다. 그것은 동양의 전통적인 생명 사상과 합일되면서 자연과 인간의 의식을 동일시하고 그로 인해 연결되는 ‘생태적 사유(ecological thought)’와 접목된다. 연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진흙탕이 필요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고통은 진흙탕과 같다. 그것은 더럽지만 삶을 가능하게 해주기에 필요하다.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침묵으로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 작가가 연꽃을 사진으로 남긴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일상과 주어진 환경의 관계에서 사진의 실마리를 찾아 그것을 자기 삶의 의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시각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그런 주제를 적절히 표현하기 위해서 사진을 활용해서 기록했다는 사실이 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김석원 (시각예술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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