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여화의 기린화가 활짝 피어났다. 지독하게 아름답지만, 죽음의 꽃. “아직 내 허락이 있지 않았다. 말하기 전에는 나갈 수 없다 했다.” “몇 번을 말씀드립니까. 모른다 했습니다.” 챙― 갑자기 재신이 검을 뽑아 그녀의 앞에 겨누었다. 여화는 제 몸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재신의 검 앞에서 더욱 싸늘해진 목소리로 따졌다. “저를 가두실 생각이시라면, 다리를 잘라 놓으셔야 할 겁니다.” 재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는 도대체 나를 어떤 놈으로 보는 것이냐?” “보이는 대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놈으로 보고 있다는 소리였다. 황태자이자, 누구보다 강한 사내, 재신. 그러나 그는 아무도 지켜내지 못했다. “너를…… 어쩌면 좋을까?” 이렇게 저를 미치게 만드는 여인을 언제까지 전장으로 내몰아야 할까. 계속 이렇게 제 품에 안고 있을 수는 없는 걸까. 여화가 붉은 입술을 열고 달뜬 음성으로 대답했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마세요.” 오래가지 않을 인연이다. 저는 곧 죽을 것이다. 그러나 저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바짝 부딪쳐 오는 재신의 단단한 몸이 좋다. 뜨겁고 간지러운 욕정을 긁어내고 녹초가 될 때까지 적셔 주는 그의 몸짓이 좋다. 마음에 두고 있는 여인을 어쩌고 제게 이렇게 매달리는가는 이제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천박한 욕망일지라도 그와 살을 맞대고 그를 뜨겁게 만든 것은 저니까. 그의 검신에 자신의 문양을 새길 테니까. 그거면 충분하지 않나. 잔뜩 달아오른 여화가 흥분을 견디지 못하고 그의 가슴을 깨물었다. 가슴에 붉은 자국이 새겨진 재신은 발칙한 여화를 벌주듯, 조금 거칠어졌다.
목차펼치기접기
15. 되찾은 여의주 16. 고요한 소용돌이 17. 두 개의 검 18. 그럴 때도, 그런 날도 있다 19. 귀신의 검 20. 살구꽃이 피는 정원 21. 아무도 모르는 재회 22. 황성의 악귀 23. 재신의 한 수 24. 개망나니 평정군 25. 노리개의 값어치 26. 여화의 방패 27. 고약한 재회 영원히 알 수 없는 그날 밤의 일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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