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진정성과 예술성의 미학 시인 강준철 황성창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연륜에서 배어 나오는 세계와 인생에 대한 진정성이 나타난 시가 많다. 그렇다고 예술성을 소홀히 하지도 않았다. 진정성에 좀 더 기울어져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예술성(문학성)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 하는 것은 시대ㆍ사회에 따라 또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할 것이다. 다음을 보자. 속마음을 공감과 감동을 얻을 수 있게끔 표현하는 일이 예술이요, 시의 언어가 할 일이 아닌가 한다. 시란 다름 아닌 남다른 미적 체험의 언어화이다. 척하는 과장이나 왜곡이 아닌 진실한 체험, 미적이고 본질적인 체험이어야 한다. … 과분한 수사와 소재들은 시적 계기, 감동의 단서를 그만큼 감소시킨다. 시의 언어화란 장식과 낭만과 멋 부림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성, 진실성이 보다 중요하다. - 신진, 『문학도시』 2017. 10월호(통175). 미는 긴장을 지향한다. 총체성은 긴장을 삼켜버리고 이데올르기에 순응하게 한다. 긴장이 없는 예술과 이데올르기에 따르는 예술을 하느니 차라리 예술을 그만둔다는 의식이 있는 예술이 올바른 예술이다. 모든 문학적 의미는 미적 진보라는 텍스트의 구조로부터 나온다. 새로운 예술의 창작은 내용에 형식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그 누구도 아직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형식은 침전된 내용이기에 진리는 재료를 조직하는 새로운 방식에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미적 진보’에 참여하지 않고 과거의 형식 언어를 고집하는 예술가는 미적으로만 퇴행적일 뿐 아니라 철학적으로도 반동적입니다. - 아도르노. 대체로 전자는 사실주의 후자는 낭만주의나 상징주의, 예술지상주의의 시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전자는 사실성(진실성)에, 후자는 미적 쾌감에 무게를 둔다. 전자는 내용, 후자는 형식을 더 중요시한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에 치중할 것인가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이론상으로는 이 두 가지는 변증법적으로 발전해야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서는 시 전체를 이 두 가지로 나누어서 살펴보고자 한다. 시는 그 시인의 생각과 느낌의 표현이다. 좀 자세히 말하면, 그 시인의 세계관, 인생관, 사회관, 윤리관, 자연관 등과 다양한 정서가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황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어떤 사상과 정서가 배어 있을까? 이것이 감상의 핵심이다. 시를 감상하는 방법에는 내용 중심, 형식 중심, 두 가지의 종합이 있을 수 있다. 여기서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약간의 형식도 살펴보고자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전제할 것은 가치는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라는 점이다. 어느 한쪽만을 가지고 가치의 우열을 논하는 것은 완전한 논리가 아니다. 1. 진정성의 미학 시어詩語는 존재의 , 에 대한 존재자인 시인의 응답이다. 다시 말하면 존재의 부름, 말 건넴과 존재자의 응답이 바로 언어다. 쉽게 말하면 시인의 사물(현상, 존재자)에 대한 본질(존재) 인식(해석)이 시이다. - 김준오, 『詩論』. 그러므로 시는 사물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1) 존재란 무엇인가? 황 시인의 세계관은 불교사상에 연관되어 있다. 불교의 핵심 사상은 연기(공) 사상이다. 공이란 모든 것은 조건(이유, 인연)에 의해 생겨났다가 조건이 변하거나 소멸하면 함께 변하고 소멸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고정불변이 아니라(실체가 없음, 무자성) 순간순간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다. 일체가 비워진 바다의 파도 소리/ …/파도 소리에는/ 어떠한 소식도 담겨 있지 않다//…눈을 감으면/ 쪽빛보다 더 고운 빛깔의 바다가 보이고/…/수많은 사연을 들려주는/ 드넓은 바다/ 그 속에 하늘과 바다의 물방을 이야기// - 「파도 이야기」 부분 시끄러운 파도 소리를 일체가 비워진 것으로 인식하고 눈을 감으면 오히려 바다가 잘 보이는 이러한 경지는 분명 존재 인식 - 공사상의 표현이다. 그리고 바다에는 하늘과 바다가 하나(물방울)가 된 무차별의 불교적 세계관이 표현되어 있다. … 하지만 당장 한 줄 그은 흔적이 없다 해도/ 그 시간이 영영 무의미하진 않은 거다//… 빈 뜰은/ 휑하게 비어 있는 건 아니다/ 그곳이 햇빛으로 가득 채워져 있음을 알게 된다// - 「빈 뜰」 부분. 이 시의 ‘비움은 비움이 아니라 충만’이라는 인식은 공사상을 깨달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세계이다. 이러한 불교적 세계관은 다른 시에서도 나타나 있다. 「인각사」에선 “독경 소리에 가슴 설레고/ 미련한 중생 불심에 젖습니다.”고 하여 신앙심을 나타내었고, 「인연」에서는 어린 시절의 인연이 다시 인연이 되어 만날 날이 있기를 빌고 있다. 시집 제목도 공사상을 상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인생이란 무엇인가? 그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시는 여덟 편이나 있다. 「사노라면」, 「물처럼」, 「산다는 의미」, 「담쟁이」, 「노다지의 꿈」, 「푸른 바다」, 「등대」, 「눈물의 운명」 등 산다는 게/ …/ 다정한 눈빛만 있었겠나/ … 가슴을 치며/ 불을 토한 적/ 어디 한두 번뿐이었겠나// 그럴 때는/ 밤하늘에 뜬 별도 사랑하고/ 외로움도 그리움도 사랑하고/ 슬픈 추억도 사랑하다 보면// 어느새… 다 잊혀진다네// - 「사노라면」 부분. 인생에는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 가슴이 막히는 일이 있을 때는 모든 걸 사랑하면 어느새 다 잊게 된다는 달관된 인생관을 보여주고 있다. 「산다는 의미」에서는 살다 보면 시련이 닥쳐오게 마련이고 그 시련을 극복하기 어렵지만 “서로가 기대란 꿈에 의지한 채/ 내가 너를, 네가 나를/ 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보듬고 쓰다듬는 것이/ 인생”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서로 돕고 위로하며 사는 게 인생이라는 것이다. 「물처럼」에서는 ‘물은 잠자지도 쉬지도 않고 흐른다’는 점과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걸 잊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서 물처럼 낮은 자세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 이 시에서는 위의 두 가지 성질을 “물소리의/ 예민한 문장들을/ 해 질 녘에 소야곡처럼 듣는다”고 은유법과 직유법을 통한 낯설게 하기로 멋지게 표현하여 독자들에게 감동(쾌감)을 주고 있다. 또한 「푸른 바다」에서는 인생을 바다에 비유하고 있다. 즉 잔잔하면서도 거칠고, 고요하면서도 강하고, 밀물이 있으면 썰물이 있듯이 인생에도 고난과 역경이 있고 환희와 기쁨이 있어 바다와 같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물결치는 바다처럼 끊임없이 물결치며 흐르는 것이 삶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잔잔해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담쟁이」에서도 인생을 읽는다. 즉 담쟁이처럼 “야멸차게 살다 보면 … 만사형통할 날이 있으리라” 하였다. 그리고 「등대」에서는 인생의 등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잘 암시되어 있다. 3) 삶과 죽음은 무엇인가? 연륜 때문인지는 몰라도 황 시인의 시에는 죽음과 관련된 시가 많다. 「추모공원」, 「명복을 빕니다」, 「고사목枯死木」, 「사전 연명의료 동의서」 등이 그것이다. … 일생을 다 채운/ 늙은 나무의 최후는/ 생명의 단절이며/ 연민의 정마저 끊어버릴 때/ 산하에 아득한 전설만 그득하게 남긴/ 고사목의 거룩한 흔적이다// 비로소, 삶을 완성하는 죽음을 보았다// - 「고사목」 부분 여기서 죽음은 작가에게 거룩한 ‘삶의 흔적이며, 삶의 완성’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므로 미련은 없으며, 죽음의 공포는 초월되어 있다. 「명복을 빕니다」에서는 “죽음은 일상에서 늘 호출되는 말”이며, “너무나도 흔해 빠진 단어다”라고 말하고, “죽음은 끼니마다 먹는 밥처럼 수다의 밥상 위에 오른다”고 하였다. 그리고 죽음이 나에게는 맨 나중에 찾아오리라고 착각을 하지만 “어느 날 약방의 감초처럼 찾아온다”고 하였다. 죽음의 일상성과 돌발성, 필연성 등 죽음의 본질을 잘 파악하고 있다. 또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에서는 죽음을 어느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여 “죽음은 고향으로 가는 것/ 두려울 것도 싫어할 것도 없지 않은가”라고 하며, “불필요한 연명을 끊을 죽음의 권리”를 지키며 “아름다운 작별”을 하고 싶다고 한다. 죽음은…
목차펼치기접기
| 차례 | 1부 _ 파수꾼 1. 파수꾼 2. 등대 3. 넌, 행복한가 4. 그림자 5. 어느 노부부 6. 헌양복 한 벌 7. 눈물의 운명 8. 선혈 낭자한 동백꽃 9. 고사목枯死木 10. 아버님 전상서 11. 팔공산 능금 12. 실버들의 사랑 타령 13. 눈빛 14. 인연 2부 _ 성찰의 시간 1. 빈수레 2. 신발장 3. 양계장 4. 구름진 손 5. 보고 싶은 어머니 6. 위험한 도전 7. 나야 나 8. 미래로 열어가는 축복의 장 9. 노익장 10. 명복을 빕니다 11. 인각사 12. 틈새 핀 꽃 13. 성찰의 시간 14. 트로트 3부 _ 사노라면 1. 사노라면 2. 상사화처럼 3. 담쟁이덩굴 4. 어미새 5. 매미야 가거라 6. 갈매기 꿈 7. 대나무 8. 여름 지나 가을이 오면 9. 빈 뜰 10. 갈대꽃 11. 당신을 사랑합시다 12. 건달들처럼 13. 풍란 14. 노다지의 꿈 4부 _ 이름없는 꽃 1. 붉은 장미꽃 2. 사전연명 의료 외향서 3. 시래기 4. 낙엽 5. 코로나 19 6. 이름없는 꽃 7. 눈 뜨고는 못 봐 8. 물처럼 9. 미움을 아는 나무 10. 폭풍 11. 용케 살았구나 12. 푸른 바다 13. 엄마 오리 14. 택배 화물 5부 _ 가을이 물든 바람 1. 산다는 의미 2. 갑론을박 3. 고물상 4. 꽃마리 5. 파도 이야기 6. 봄을 기다리는 생명 7. 추모공원 8. 가을이 물든 바람 9. 가을 – 1 10. 가을 – 2 11. 망향 12. 그리운 고향 1 13. 그리운 고향 2 14. 그리운 고향 3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