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마녀 키르케, 여성 서사를 시작하다매들린 밀러는 서양 문학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마녀, 키르케에 주목한다. 태양신 헬리오스와 님프 사이에서 태어난 키르케는 그리스 신화에서 마법에 능한 마녀의 대명사로 간주되어 왔다. 지중해 외딴 섬인 ‘아이아이에’에 살며 커다란 베틀로 천을 짜거나, 마법을 부려 사람들을 사자나 늑대로 변신시키는 존재. 영웅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돼지로 만들고, 1년 동안 그의 발목을 붙잡는 존재, 키르케.『오디세이아』에서 키르케는 남성들이 두려워하는 능력을 갖춘 여성을 상징한다. 오늘날에도 ‘마녀’라는 단어는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 정도의 능력을 손에 쥔 여성에게 쓰인다. 그런 이유로 ‘최초의 마녀’ 키르케에 매료된 매들린 밀러는 처음부터 ‘여성 서사시’를 만들기로 작정하고 소설 『키르케』 집필에 들어갔다고 한다.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도 키르케는 이미 자신만의 서사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예지력과 마법을 가진 능력자이며, 그 능력으로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갈 수 있게 돕는다. 조카딸 메데이아의 죄를 씻어주기도 하며, 나중에 메데이아가 이복동생을 잔인하게 죽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그녀를 자신의 섬에서 내쫒는 성정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키르케는 ‘자신을 설명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남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남자의 발목을 붙잡는 마녀로만 소비되어온 것일까.『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서사이기 때문이다. 남자 영웅의 서사. 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치는 자리에서, 키르케나 세이렌의 이야기를 들려줄 이유는 없는 것이다.서사시는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다. 여성 서사시가 없는 것은 여성에게 서사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여성은 자신의 서사를 읊을 목소리가 없었다. 호메로스가 오디세우스에게 목소리를 부여했다면, 매들린 밀러는 키르케에게 목소리를 선사하기로 한다. 키르케가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이미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매들린 밀러는 키르케의 모든 상징물에서도 서사를 발굴한다. 키르케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사자와 늑대의 존재적 이유, 사람을 돼지로 변신시켜야 했던 필연적 근거, 키르케의 베틀이 갖고 있는 의미 등. 작가는 이런 작은 단서로 어떻게 기나긴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의외로 단순하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와 동기가 있기 마련이며, 그저 단편적으로 묘사된 키르케의 상징물에 ‘왜’라는 질문을, 그냥 마녀라서 포악했을 것이라는 추측말고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던 키르케의 행동에도 ‘왜’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리고 키르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여성 서사는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귀를 기울일 때 어디에서든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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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감사의 말등장인물 해설옮긴이의 말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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