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엮은이의 말내 인생의 음악을 엮으며세월은 말 그대로 정처없이 흘러서 간다. 서른도 되기 전에 대학교수가 되어 나름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는데 어느덧 물러날 때가 되고 말았다. 존경하는 선배 교수들을 아쉬운 마음으로 보내며 그 서운함을 달래기 위해 여러 가지 기획을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내가 그 정년을 맞게 되었다.정년 퇴임, 누구에게나 아쉬운 순간이겠지만 대학교수에게는 특히 당혹스럽다. 대부분 한곳에서 오랫동안 지내다가 물러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자기만의 오롯한 공간(연구실)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된다는 점일 것이다. 연구실에는 책뿐만 아니라 각종 살림살이가 그득하다. 수십 년 손때가 묻은 이것들을 한꺼번에 옮겨야 한다. 그런데 어느 공간으로? 뾰쪽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결국 버려야 한다. 그래서 방학 때가 되면 대학교 복도가 이 쓰레기(?)들로 여러 날 동안 어수선하다. 평생 정성을 다해 모은 책과 자료들을 쓰레기처럼 버려야 하는 심경이 어떨까? 지켜보는 것도 안쓰러운데 그 당사자는?그런데 이제 내가 그 당사자가 되었다. 여기저기 깃들 수 있는 공간을 알아보았지만 여의치 않다. 그렇다고 투덜거리며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아쉬움을 달래고 그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뭔가를 도모해야 한다. 존경하는 선배 교수들을 위해서는 내가 직접 나서 챙기기도 했다. 아버님처럼 모셨던 철학과 교수님 정년을 기해서는 『그래, 너희 뜻대로 해라』(황금가지, 1999) 책을 기획했다. ‘교수들이 자녀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를 모은 것으로 한때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은사처럼 모시는 선배 교수님을 위해서는 『달궁 가는 길 – 서정인의 문학세계』(2003, 서해문집)를 내드리기도 했다. 그분들처럼 훌륭하게 살지 못했으니 나를 위해 누가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챙기는 수밖에. 남사스럽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 아니 그 허전함을 덜기 위해서라도 뭔가 일거리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내 인생의 음악’ 기획이다. 평소 소통하고 지내던 친구 및 선후배들의 음악에 관한 글을 모아 책으로 엮자는 것이다. 인생의 어느 대목에서 마음을 울렸던 음악이 누구에게나 한두 곡 있을 것이다. 그 음악을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는지, 왜 좋아하는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를 수필 형태로 써서 모으면 꽤 흥미로운 책이 될 수 있겠다 생각한 것이다.그래 염치 불구하고 200여 명의 친지들에게 원고 청탁서를 보냈다. 내가 근무한 기간을 학기로 따지면 75학기, 처음 계획은 75분의 원고를 모으는 것이었다. 그런데 114분이 귀한 원고를 보내 주셨다. 대부분 내 음악편지 수신인들이다. 2000년부터 보내기 시작한 음악편지, 받기만 하고 답장을 하지 못해 부담을 느낀 것일까? 20년 동안의 음악편지에 대한 화답!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지금 난 그렇게 여기고 싶다. 임옥상 화백의 말처럼 “편지는 결국 인연 맺기 즉 관계 맺기—짝짓기다.” 우연하게 시작한 일이 이처럼 풍성한 관계 맺기로 이어졌다. 감사하고 감사할 일이다.처음 음악편지를 시작할 때는 이런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고 목표로 삼지도 않았다.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이메일을 통해 공유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냥 보내기 그래서 약간의 사연을 더해 수필 형태의 편지를 쓰게 된 것이다.대부분의 음악은 상당히 추상적이다. 추상적인 것을 즐기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따른다. 기억하기가 쉽지 않아 소위 ‘인식의 기쁨’을 방해한다. 그래서 일종의 ‘사연 만들기’ 혹은 ‘추억 만들기’(QR코드 참조)를 했던 것이다. 처음 내 마음을 동하게 했던, 말하자면 음악편지를 시작하게 한 곡은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이다. ‘겨울에 눈 덮인 설악산의 밤을 지내고 동트는 새벽을 맞는 아름다움’을 그린 해금 연주곡이다. 원래는 ‘음악과 시와 무용의 만남’을 주제로 한 무용음악 〈태양의 집〉의 한 부분인데, 곡의 완성도가 높아 독주곡으로 더 빛을 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신시사이저와 기타의 소편성 반주 위에 해금의 독특한 색깔과 선율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찰현악기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게 해 준다. 때로 위안을 주기도 하는 이 처연한 아름다움의 음악을 혼자만 즐길 수는 없었다. 한국음악에 아예 등 돌리고 있는 우리 시대의 많은 이들에게 특히 들려주고 싶었다. 우리 음악에도 이처럼 심금을 울리는 곡들이 많이 있다. 제발 들어 보지도 않고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마라, 외치고 싶었던 것이다.그런데 그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음악편지를 본격적인 취미 영역으로 키워 가면 어떨까 욕심을 부려도 될 정도였다. 그래서 음악과 문학(글쓰기)의 창조적 혼융이라는 거창한 명분까지 만들어 내게 되었다. 그런데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진다. 여기에 또 하나의 대의가 추가되게 된 것이다. 제대로 함께 하기 위한 홀로서기. 언제부턴가 마음에 품고 다니던 화두가 있었다. 화이부동和而不同. 화합하되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는 않는다. 군자는 자기에게서 구하고(君子求諸己)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小人求諸人). 남의 눈이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세계를 지켜 나가면서 남들과도 잘 어울리는 그런 삶을 꿈꿔 왔던 것이다. 지역학술운동, 지역문화운동,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 이바지장학사업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개의 직함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직함들이 과연 나의 정체성을 보장해 주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혼자가 되면 으레 따라다닌다. 결국 언젠가는 이러한 것에서 벗어나게 될 텐데 그때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이처럼 밖에서 주어지는 것 말고 스스로에게서 확인할 수 있는 가치 혹은 의미를 지닐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세상이 준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자부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음악편지는 이런 홀로서기의 소망에 어느 정도 부응했고 그래서 지속해 나갈 수 있었다. 이를 더욱 부추긴 것은 이를 통해 매력적인 일들이 부수적으로 뒤따르게 되면서이다. 음악편지 수신자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모아 어려운 학생들을 격려할 수 있었으며 북한어린이돕기 모금운동도 추진하게 되었다. 2002년 동짓날에 시작하여 2020년까지 이어진 이 동지모금운동을 통하여 총 1억 7천여만 원을 모아 북한 어린이들에게 콩우유 원료를 제공해 준 것은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일이다. 그 덕에 북한을 네 차례나 다녀온 것도 귀한 성취의 선물로 기억하고 싶다.제대로 홀로 설 수 있어야 제대로 함께할 수 있다. 아무리 정년 퇴임이라는 구실이 있다 해도 나름의 자기 정체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면 이런 식의 당돌한 제안을 할 수 없었을 것이며 이렇게 많은 성원을 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황동규 시인의 말처럼 “때로는 우연에 기댈 때도 있다.” 우연히 시작한 길이 또 다른 길들로 이어지며 115편의 음악 이야기라는 값진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고민이 없지 않았다. 원고가 많다 보니 분류하기도 어렵고 한 권의 책으로 묶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다. 음악의 장르로 나누는 것도 여의치 않아 결국 사연의 내용에 따라 출판사 전문인들의 조언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여 5부로 분류하였다.엉뚱한 청탁이었지만 필자들 나름 스스로의 삶을 뒤돌아보는 계기는 제공해 준 듯하다. 때로는 기억의 저 깊은 지층에 있던 것들, 생활을 핑계로 까마득히 묻어 두었던 것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청춘 시절의 성장통, 그 고민과 번뇌를 새삼 되새기기도 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좋아하는 음악을 계기로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왔던가, 그 여정의 철학을 정리해 보기도 했으며 애청곡, 애창곡에 얽힌 사연들을 떠올리며 아스라한 행복의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마지막 5부는 개인적 인연이 도드라진 글들로 제자, 친구 그리고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격려와 축하의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그러고 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음악과 사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더 즐거운 것은 이런 글들이 또 다른 추억 떠올리기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접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내 인생의 음악’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와 관련된 사연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즐거운 추억에 젖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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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PART 1. 어느 봄날, 기억의 지층에서 건져 올린 노래 - 추억, 사랑, 소회비디오테이프와 ‘문 워크’ | 고형숙 내 마음의 야상곡 | 곽재환평생의 벗과 함께 부르고 싶은 노래 | 김관수 화음, 그 생명의 잔치 | 김광원 인생, 그 쓸쓸함을 알려 준 노래 | 김선경심지다방의 추억 | 김완준 나의 어두운 모퉁이 시절 | 김해자 내 인생 최고의 날 | 박보람외로운 양치기와 푸른빛 팬파이프 소리 | 박성우마음의 황무지를 갈아엎으며 | 배숙자산티아고 순례길의 추억 | 설준규물 위에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아직도 버리지 못한 미련 | 유대수내 젊음을 심폐 소생해 주는 〈The Young Ones〉 | 유혜숙나의 그리운 음악 선생님 | 이광재한국의 마리아 칼라스라 불린 황금심 | 이동순 사랑은 가고 음악은 남는다 | 이성아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할 수 있어 선생이 좋다 | 이영근내 음악 여정의 종착역 | 이재희다시 좋아하게 된 노래 | 이혜인날 울린 그녀 | 임보라 원평극장 춘향가 | 정철성모악산방의 첼로 | 지성호‘그때가 좋았지’ | 최재봉 나뭇잎 배를 저어 가는 클레멘타인 | 하기정 ‘가방끈’ 고문관이 부른 노래 | 한보리 PART 2. 청춘의 번민이 키워준 마음의 노래 - 번민, 시대사회적 서얼庶孼의 내면 | 김민영“Seasons in the Sun” | 김영현 슬픔의 무게로 위안과 힘을 주는 혁명의 노래 | 김은정길에서 운명처럼 만난 내 인생의 음악 | 김은총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하염없이 | 김정경문익환 목사님과의 추억 한 자락 | 문아경 역사의 기억, 노래의 추억 | 박명규1980년의 신음 소리 | 서홍관눈물 젖은 강물에 붓을 담그며 | 송만규음악을 들으면서 인간이 되었다 | 유용주시원始原의 소리, 바닥을 밀어 올리는 힘 | 유장영고독과 자유의 바람 | 이기범 나의 존 레넌 | 이재희“아픈 건 당신 탓이 아니라 일 때문입니다” | 이정현 정태춘에게 빚이 있다 | 임옥상다시 5・18을 되새기며 | 정근식내 인생의 첫 클래식 | 정도상 동백사에서 만나다 | 정희섭 눈뜬 자들의 도시 | 조희숙건강한 글쓰기 노동자의 삶 | 최기우 군가와 싸가와 진중가요 – 졸병의 노래와 장교의 노래 | 한경구용기와 희망의 운동 노래로 변한 ‘헤이 주드’ | 한긍수 으악새 슬피우니… | 한승헌 삶의 필수 조건, 음악 | 댄 홀든PART 3. 음악, 내 인생의 철학자를 만나다 - 인생, 성찰, 사색정년 축하 | 김기현 오동잎 | 김용택상식 철학자의 음악 세계 | 김의수 ‘손목에 놓인 얼음’같이 시린 〈아베 마리아〉 | 김정수 침향의 향기, 가만히 봄이 건너오는 소리 | 김형미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다가 | 문혜정내 심연에 다가와서 | 박남준동요 한 자락에 실려 | 복효근아리랑꾼이 되다 | 서용순 세 개의 문 | 송선미 우연과 필연 사이 | 송혜진 갈라쇼의 〈금강선녀〉 | 신귀백 우리 모두 함께 “눈을 뜨자” | 왕기석평화의 기도서 | 유강희 나를 다시 일깨워 주다 | 유승저 멀리 흰 구름 자욱한 곳 | 유영대인간, 자유 그리고 광기, 삼중주의 매력 | 이등연 좋은 걸 어떻게 해 | 이용선 삶,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 이일재 노래, 나를 움직이다 | 이창봉음악을 만나니 또 하나의 세상이 보이다 | 이철량 생각을 생각하는 삶 | 이현배 세이킬로스의 당부 | 이현수운명을 사랑하라 | 장마리헤르만 헤세와 기타 | 정경량 헝가리 무곡과 사물놀이 | 조상훈 길고도 깊은 인연 | 최동현 내 생의 가장 큰 보람 | 최상화 나의 베토벤 | 황동규PART 4. 너의 이름이 어느새 나의 노래가 되어 - 위로, 그리움나의 노래, 내 삶의 위로 | 구성은 누가 뭐라든 너 자신이 되어라 | 김광숙아린 ‘하얀 목련’의 추억 | 김남수 비 내리는 소리, 카세트테이프, 송창식에 관한 몇 가지 기억 | 김병용 ‘목포의 눈물’도 나에게는 클래식이다 | 김영자 관문동 649-1 이창환 씨 댁을 배경으로 존 바에즈의 〈도나 도나〉를 다시 듣는다 | 김영춘 마음을 씻어 주는 향기 | 김자연 옥황님, 나는 못 가오 | 박두규낭랑 십팔 세의 낭만 | 박종훈연서를 쓰는 풀 엮음 | 서정인고아의 노래 | 손세실리아이 세상 최고의 춤곡 | 안상학김수철 형님에게 | 이병초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아름답고 슬픈 ‘카논 변주곡’ | 이영종아버지의 노래 | 이일순두 번의 편지 | 이재규막대기가 선생이다 | 이정록내 인생의 첫 번째 노래 | 임혜선 한결같은 위로 | 정형란 안탈랴에서 Eros를 | 한지선 너도 내 마음 같으면 좋겠어 | 한창훈 내 인생 인내와 분발의 단초 | 함광남맑고 밝고 파란 무언가를 찾아 : 나의 노랫길에 반짝이는 등대 같은 노래 | 허영택술 냄새, 땀 냄새 품은 그 노래 | 황보선삶이 지치고, 슬플 때 | 황수지가여운 어머니의 한숨처럼 깊고 시리던 노래 | 황풍년PART 5. 그대 그리고 나 - 인연 언제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 김애란고마운 이들과 함께 듣고 싶은 노래 | 서성숙송창식과 이종민 | 안도현음악 여행에서 만난 두 남자의 동행 | 윤찬영문화와 예술, 사람을 사랑하는 그대에게 | 임기대 함께 부르고 싶은 노래 | 장영달이종민 형에게 | 전성진내 인생의 음악을 모르겠어요 | 정과리 이종민 교수님과 음악편지 | 최지윤너와 함께 부르고픈 이 노래 | 최태주인생의 또 다른 계절 | 허문경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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