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1996년 계간 《버전업》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이름을 올린 김경진 시인은, 오랜 시간의 침묵과 성찰 끝에 첫 시집 『그녀들을 심고 가꾸는 밤』을 내놓았다. 이미 그는 동시집 『별의 별』을 통해 아이들과의 감성적 교감을 언어로 풀어내며, 맑고 투명한 언어 감각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시집에서는 그 맑음이 한층 깊어진 사유와 결합하며, 현실의 비의(秘義)를 탐색하는 성숙한 시적 태도로 확장된다. 김경진의 시는 현실의 사소한 장면들 속에서 시적 긴장을 발견하는 데 탁월하다. 그의 언어는 일상과 환상의 경계에 서 있으며, 흔한 풍경과 사물 속에서도 ‘이상한 낯섦’을 길어 올린다. 그것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오래 묵은 성찰과 유머가 공존하는 일종의 ‘김경진표 리얼리티’다. 시인은 현실을 채집하되 그것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소한 결핍과 균열을 통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삶의 깊은 층위를 드러낸다. 이 시집의 매력은 바로 ‘내일은 내일의 달이 있어서’에서 비롯된다. 서정은 조용하고, 사유는 깊으며, 그 안에서 언어는 천천히 익어간다. 그의 시편들은 표면의 유머와 경쾌함 아래에 실존의 무게를 감추고 있으며, 그 이중적 결이 읽는 이를 오래 머물게 한다. 『그녀들을 심고 가꾸는 밤』은 단 한 번의 독서로는 온전히 이해되기 어렵다. 시인은 독자를 향해 ‘읽히는 시’가 아니라 ‘머무는 시’를 제안한다. 그것은 하루의 끝, 사색이 깃든 밤에 피어나는 시의 정원이며, 김경진 시학의 원형이 그곳에 있다. 늦게 피었지만 더욱 짙은 향을 품은 이 시집은,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단단한 시선이자, ‘현실을 심고 가꾸는’ 시인의 조용한 신념의 기록이다.
목차펼치기접기
제1부 밤을 펼쳐 보니 11 보름달 술래 12 나는 종종 달님이 14 베개에서 생각이 15 깊은 잠 16 밤을 펼쳐 보니 18 창문 구조 고찰 20 호랑이를 잡으려고 새벽으로 들어서다 24 상평上平 하평下平 26 이십 분의 안녕 28 혀가 불편하다 30 가장 높은 바닥 말고 31 꺾이지 않는 마음 32 공백채움말 34 립밤으로 양파를 까자 36 벌거숭이 당신을 위해 38 내일은 내일의 달이 있어서 40 게와 모래 1 41 게와 모래 2 42 칩거 제2부 빛의 불면증 47 너와 나의 샘 48 경사慶事로 진鎭을 치다 50 버퍼링과 에코를 대칭으로 만드는 시간 52 가장 맑고 투명한 들기름 생각 54 바늘 하나로 56 그 동굴 방이 아름다워서 58 다락방에 올라 60 길을 나설 수도 있는 집 62 검은 보름달 눈동자 64 같이 있을 때 길을 잃었다 66 빛의 불면증 68 그녀들을 심고 가꾸는 밤 70 잠자리 한 마리 72 꽃을 걸어 두고 74 바칠게 76 무사의 날 78 그냥 강익중이 살던 여기는 청주 82 풍향계 안부 84 캡틴, 어디로든 갑시다 제3부 마음을 놓다 89 너의 외로움을 물으러 가서 나의 외로움을 묻고 오는 길 90 오늘의 공작 92 나의 마법사님과 함께 94 마음을 놓다 96 어떤 커피를 좋아하세요? 여기 오늘의 커피가 있습니다만 98 오늘 아침 이 자리 99 파초에 두 눈을 담그고 100 접속사가 필요하다 102 희망한 봄날 104 꽃가루 눈 106 내 귀에 매미가 산다 108 가을의 속살 109 이해의 낭비 110 오늘도 이 개울은 자꾸 불어나 112 나의 몸짓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너에게 맡기지 않기로 했다 114 들숨의 부피 날숨의 무게 116 눈부신 안녕 118 우리들의 브레멘으로 120 이름 찾아 삼만 리 123 해설 | 김준현(평론가·시인) 달의 무한한 이면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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