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작가의 말 길 위에서 풍경을 바라본다. 숲으로 가는 것은 네모로 정형화된 도시의 벽을 넘어 추상의 세계로 들어서는 일이다. 기하학적인 나뭇가지와 울퉁불퉁한 바위,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나비. 일상을 벗어나 사물을 내 안으로 끌고 와 말을 건넨다. 숲에서는 서로를 부르는 산새들의 지저귐이 들려 온다. 문명의 언어와는 다른 대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수만 년을 살아온 골 깊은 산과 하늘을 볼 수 있다. 시간의 뿌리가 묻힌 숲속은 우주를 닮았다. 흐르는 물 따라 은은하게 부서지는 산천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풍광을 보는 순간은 나를 저만치 떨어져 생각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내 글은 자연에서 시작된다. 펜을 들고 쓰는 글은 붓만으로 쓸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래서 일상을 떠나 새로운 박물을 찾는지도 모른다. 머릿속 수많은 뇌세포가 유영하는 바다에서 심해어가 야광을 켜고 먹이를 찾아가듯이, 문자의 대해를 헤엄치며 고뇌하는 시간. 감성 노동의 파도를 헤치고 어쩌다 생경한 어휘와 은비늘 반짝이는 문장을 건져 올린다. 글을 쓰는 것은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진솔한 나와 마주하며 삶을 돌아보고 사물과 인간에 대하여 글을 짓는다. 산사를 가며 눈에 띈 ‘겨우살이’를 보고 어머니를 회상하여 산문을 썼다. 내 글에는 어머니의 헌신이 바탕이 되어 쓴 글이 종종 나온다.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이 겨우살이로 돋아났는지도 모른다. 수필을 쓰면서 자연과 사람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사랑하게 되었다. 이것은 펜의 힘 즉, 문학의 힘이 아닐까. 풍경과 독서를 벼리 삼아 철학이 삶에 스며드는 글을 쓰려고 했다. 나의 수필이 누군가에게 공감하고 울림을 주는 글로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이 나오기까지 수고하신 모든 분께 뜨거운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2023년 능소화 피는 여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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