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를 펴내면서 풍류(風流)의 술자리가 그립다 해를 거듭할수록 생각하는 것이 달라지고 눈에 보이는 것들도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평생을 우리나라 술을 탐구하는 일에 바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처럼 집집마다 아름다운 주향(酒香)이 넘치는 가양주(家釀酒)들이 뿌리를 내려서 세계에 없는 가양주 문화를 다시 꽃피우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그 목표가 이제는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가양주 인구의 저변확대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는 판단과 함께, 7년에 걸친 전집의 출판을 계기로 이제 더 이상 내가 나서지 않아도 가양주 제조기술 교육이나 보급, 전통주 대중화 활동은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간 주변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술 공부하기 전의 ‘시(詩) 쓰는 일’에 전념하면 좋겠다.”는 권유와 함께 “술에 관한 시 한 편 써두었어야 하지 않느냐?”는 힐책을 받곤 하였다. 그런데 술 연구와 공부의 목표가 언제부턴지 자연스럽게 음주문화로 옮아가고 있는 자신을 목격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리 좋은 술도 문화적인 수준이 낮으면 그 가치를 알지 못하고, 궁극에는 목표와 방향을 놓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극히 단순한 결론을 내리게 되면서 음주문화에 대한 여러 가지 노력과 실천방법들을 강구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가운데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노력과 방법의 한 가지가 ‘시주풍류(詩酒風流)’였다. 우리의 음주문화 가운데 명주(名酒)를 논할 때 소위 ‘삼구색(三具色)’이니 ‘사구미(四俱美)’니 하는 것을 보는데, ‘삼구색’은 양주기술을, ‘사구미’는 음주문화를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제까지 향기(香氣)와 맛(味), 색(色) 등의 ‘삼구색’의 명주를 빚는 방법을 강구해 왔다고 할 수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음주문화를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전통주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였다. 에 “주봉지기천종소(酒逢知己千鍾小), 화불투기일구다(話不投機一句多)”라고 하여 조상들은 ‘좋은 친구(知己)’를 술 마시는 데 따른 소위 멋과 흥취를 자아내기 위한 중요한 연출적 요소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꽃’이나 ‘달’, ‘산’, ‘물’, ‘폭포’, ‘단풍’, ‘눈’과 같은 자연물을 ‘사구미’의 일부 요소로 끌어왔음을 볼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 선조들의 음풍농월(吟風弄月)을 흉내 내어 보게 된 것이다. 우리의 고상한 음주풍속인 풍류(風流)에는 반드시 방향(芳香)의 술과 함께 시(詩) · 서(書) · 그림(畵) · 예악(禮樂)이 따랐는데, 나로서는 시 쓰는 일밖에는 다른 재주가 없어, 글씨와 그림을 함께 하시는 문인화가 청원(靑園) 신규열(申圭烈) 화백께 도움을 청했다. 순진한 양반을 꼬드겨서 내 좋을 일밖에는 안 된 것 같아 죄송스럽기 그지없다. 졸시(拙詩)를 한 편 한 편 더욱 돋보이는 예술작품으로 완성시켜 주셨으니 신규열 화백의 정성과 솜씨에 감탄하고 감사할 뿐이다. 더 무슨 말로 감사해야 할지 그 방법을 아직도 모르겠으니, 그저 맘 맞은 사람끼리 진하게 회포를 푸는 일로 은혜를 갚아야겠다. 술이 늘 가까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 생각한다. 또한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선생님, 신평 김기상 선생님, 명창(名唱) 윤진철 선생님의 도움도 매 계절 시주풍류를 선보이고 주변인들의 참여의식을 높이는 데 큰 힘이 되어 주셨다. 하지만 아직 덜 여문 살구나 복숭아를 수확한 기분을 감출 수 없으면서도 를 내놓기에 이른 까닭은, 순전히 우리의 음주문화에 일조(一助)를 해보겠다는 조그만 욕심에서다. 우리 술을 연구하고 나누면서 뼈저리게 느낀 점은 천하명주(天下名酒)도 음주문화가 성숙되지 않으면 싸구려 이미지를 벗을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를 계기로 보다 많은 시인들과 보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우리 술에 이야기와 장식을 곁들여 넣는 활동이 확산되어 술마다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취흥이 일면 시와 예악이 함께 어우러진 멋진 풍류의 술자리가 우리 음주문화의 중심에 놓였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이 한 권의 시집에 담았다. 끝으로 과 함께 를 출판해 주신 도서출판 바룸의 김세권 사장님께 깊은 감사와 애정을 드린다. 을미년(乙未年) 만추(晩秋)에 죽성재(竹城齋)에서 박록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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