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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호-삶을 비추는 죽음의 거울-

권정호-삶을 비추는 죽음의 거울-

권정호

시안·2013-07-06

  • 예술
  • KDC 6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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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삶을 비추는 죽음의 거울 이선영(미술평론가) 권정호의 전시 ‘미래를 통하는 문’이라는 전시부제는 일견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있어 보 인다. 공공장소에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며, 미래를 향해 진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시민들 에게 계몽하는 기념비적 위용을 갖춘 작품 말이다. 그러나 해골 수 천 개가 우글거리는 그 의 전시에서 ‘미래’나 ‘문’이라는 개념은 죽음이나 종말을 떠오르게 한다. 큰 규모의 설치작 품이라, 기념비적 위용을 갖추고는 있지만, 그것들은 대개 투명 아크릴로 지지되는 그리드 구조에 칸칸이 쌓여 만들어진 해골 탑 같이 취약한 구조로 이루어진 반(反) 기념비적 기념 비이다. 더구나 제의적 공간 같이 연출된 모습은 미래와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것이 미 래라면 아마도 ‘오래된 미래’라는 역설적 표현과 더 잘 어울리리라. 그러나 그것들이 어떤 근본주의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점은 기념비적 예술이 지향하는 바와 공유된다. 그것은 바 로 인간이라면 불가피하며 가장 보편적인 문제인 죽음이다. 권정호에게 해골은 우선 사고하 는 인간을 상징하지만, 그것이 사고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죽음인 듯하다. 비슷한 형태가 양적으로 다가오는 그의 작품은 분열, 또는 분신 같은 존재들을 생각하게 한 다. 생이 살아남고 다시 태어나는 두 방법은 복제와 수태가 있다. 멀리서 보면 모두 비슷해 보이는 해골의 무리는 이 두 과정을 모두 포괄한다.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은 [인간과 죽음] 에서 인간을 죽음을 죽음과 다시 태어남, 그리고 분신이라는 두 기본 신화로 나눈다. 종교 적 맥락에서 죽음은 생의 결산으로 다가옴으로서 인간의 생을 비춰주는 시간의 거울이 된 다. 무엇보다도 죽음은 인간의 정체성과 관계된다. 인류학자 니겔 발리는 [죽음의 얼굴]에 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유머 감각을 인간 제일의 특성으로 보고, 어떤 사람들은 언어를 사용 하는 능력이라고 보았지만, 볼테르는 인간은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동 물이라고 했다고 인용한다. 죽음에 대한 인식은 인간을 인간이게끔 한 기준이 되지만, 죽음 은 삶에 비해 소홀히 다루어져 왔다. 에드가 모랭도 인문과학은 도구를 가진 인간(호모 파베르), 뇌를 가진 인간(호모 사피엔스), 언어를 가진 인간(호모 로�스)를 분간하는데 자족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인간 종은 죽음 이 삶 중에 실재해 있는 유일한 종이고, 죽음에 장례를 동반하는 유일한 종이며, 또한 죽은 자들의 사후 생이나 부활을 믿는 유일한 종이라는 것이다. 죽음은 도구, 뇌, 언어가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끌어들이는 단절보다 더 놀라운 단절을 끌어들인다. 모랭은 죽음의 거부와 사후의 신화, 부활, 불멸을 인간이라는 종의 특질로 간주한다. 인류학자와 사회학자들의 성 찰은 죽음이 생만큼이나 인간이란 존재를 알려 준다고 말한다. 권정호의 전시에서 몇 개 층 으로 이루어진 전시 공간 어디를 가도 피할 수 없는 해골들은 지극히 현세적인 현대인이 애 써 잊고 살고 있는 죽음의 문제를 직시하게 한다. 현세의 물질적 삶에 연연하는 현대인에게 생의 타자로서의 죽음은 자신에게 직면하기 전까지는 잊혀져 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삶의 경쟁력을 해치는 불필요한 과정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권정호의 전시는 억압된 것들이 복귀하는 장이다. 특히 미술관 3층 의 메인 전시장은 해골만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환경으로 그 속으로 진입한 관객을 압도한 다. 전시부제와 같은 제목의 이 작품은 아크릴 박스로 만든 기둥이자 벽체에 수천 개의 해 골들을 안치되어 있다. 해골로 이루어진 거대한 공간은 가히 해골로 이루어진 우주라고 할 만하다. 권정호는 시체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오브제, 이 형이하학적 소재에서 형이상학적 주제를 길어 올린다. 1층에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 많이 포진해 있는 것과는 비교된다. 그것들은 층수를 높이면서 자신의 물질성을 휘발시키고 승화된다. 수많은 해골이 있는 작품에 붙여진 [미래를 통하는 문]이라는 제목은 묵시록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여기에서 죽음은 종말로 끝나는 재앙이 아니라, 부활이나 윤회 같은 동서고금의 사상을 포 괄한다. 이전의 회화작업을 포함하여 그의 작품은 구조와 의미 양자에 있어서 다양한 층위를 설정한 다. 따로 또 같이 작동하는 각 작품은 자족적인 완결체가 아니라, 동질이상의 것들이 접속 할 수 있는 면들이 존재한다. 그것들은 레고 블럭처럼 이런 저런 조합의 방식으로 형태를 이룰 뿐 아니라, 마치 스크린처럼 다양한 이미지들과 결합할 수 있다. 작품의 기본단위를 이루고 있는 해골은 대개 텅 비어있고 가벼운 재료로 만들어져 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 제를 말하는 것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가는 가벼운 존재 방식이다. 권정호의 작품에서 해골의 재료가 되는 것은 신문지, 한지, 닥나무, 알루미늄 호일 등 다양하다. 그 이전에는 철망도 사용했다. 여러 재료들을 해골 모델에 프로타주 하여 만든 해골들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인간이라는 종에 속하지만 복제를 통해 인간의 계보를 이어왔던 유전자처럼 모두 다 른 것이다. 특히 이번전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한지 재료인 닥나무 내피는 반복 속에서 차이를 만들 어내는 재료이며, 동양적인 느낌을 준다. 그것은 종이를 만드는 재료이기에 가볍고 질기며, 빛과 색에 잘 결합한다. 그리고 회화를 포함한 평면작품과도 잘 어울린다. 닥으로 만들어진 해골은 매끈하지 않고 고유의 섬유질을 표면에 남긴다. 그것이 색을 입으면 장식적이면서도 완전히 뼈가 되지 않은 부패중인 유기물을 떠오르게 한다. 이 과도기적 상태에서 금기를 비 롯한 경계는 위반되고 불순함으로부터 성스러움에 이르는 반역이 일어나곤 한다. 특히 회화 작품에 표현된 해골은 이가 드러난 그 도상적 형태 때문에 오싹하게 웃는 느낌이 드는데, 그것은 금기를 위반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경한 웃음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역설적 도상 은 서양 중세미술에서 ‘죽음의 춤’(Dance macabre)이라는 주제로 나타나곤 했다. 이번 전 시는 설치를 기본으로 하고 회화나 영상이 설치와 결합되어 있는 양상이다. 3층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9개의 모니터를 쌓아 상영되는 작품 [만상]은 설치작품의 일부로, 그가 만들어온 해골 작품 사진 2400개 중 1000개를 골라서 1초에 하나씩 보여준 다. 설치도 그렇고 영상도 그렇고 권정호의 작품에는 압도적인 양이 있다. 해골 수 천 개가 주는 인상은 몇 개가 주는 인상과 질적으로 다르다. 이를 통해 해골이라는 도상은 죽음의 필연성과 보편성이라는 메시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것은 특히 인류라는 유대감을 부 여한다. 유대는 살아남은 자 뿐 아니라, 죽은 자와 산자의 관계를 포함한다. [미래를 통하는 문]의 안쪽 공간으로 들어가면, 천정에서 비디오를 쏴서 바닥에 영상이 깔린다. 영상 작품 [여정]은 세포가 무한 증식 복제하는 듯한 모습이 있다. 그것은 마치 모든 것들이 해골화 되기 이전의 원초적 시기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생명의 탄생과 성장에 필요 한 세포의 분열, 또는 한 개체의 죽음에 이어지는 또 다른 생명의 탄생과 성장을 표현한다. 분열-증식의 이미지는 생과 사의 과정을 관통한다. 미시 세계와 거시세계는 연결되지만, 작가는 이 작품에 발자국 소리나 차소리 같은 현실음 을 담아서 현실적 차원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시와 거시, 형이하학과 형이상학 사이에는 현 실이 있으며, 이 현실적 차원을 사회비판의 장으로 삼는다. 생과 사란 무엇보다도 현실계의 문제인 것이다. 2층의 해골들은 가구에서 건축학적 스케일로 확대되곤 하는 그리드 구조가 아니라, 투명 실에 의해 3차원적으로 바닥과 공중에 설치된다. 있어야할 자리를 벗어난 해 골들은 그을림과 결합되어 재난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3층처럼 자연스런 해골 색만 있는 것 이 아니라, 여러 계열이 나열되어 있다. 벽면에는 하얀 것부터 그슬린 해골까지, 시간의 흐 름을 각인하는 세 가지 계열의 해골이 샘플처럼 배치되어 있다. 아크릴 그리드의 바탕 면은 거울이기에 관객은 그 안에 안치된 해골과 더불어 자기 모습을 비출 수 있다. 이 중층적 작 품에는 살아있는 이들에게 죽음을 환기시키는데, 이 죽음의 거울(speculum mortis)에는 죽 음을 기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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