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책을 펴내며 세계의 수많은 도시들은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역사와 문화와 지역성을 계승하면서 높은 생활의 질을 제공하는 도시공간을 추구한다는 점은 어느 도시든 동일하다. 삶의 터전인 도시공간을 어떻게 하면 더욱 살기 좋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의 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과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시도가 최근 들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세계적인 생태도시, 창조도시, 문화도시의 공간과 시스템을 살펴보고, 이들의 경험과 도시 정책 이슈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도시 발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근년 세계 여러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인문 도서의 출간이 꾸준히 늘고 있고, 도시재생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 건축 및 도시 분야의 시도도 여럿 눈에 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교통시스템을 조명하고 있는 책은 흔치 않고, 교통을 다룬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해석이 다소 미흡한 경우가 적지 않다. 몇 년 전 도쿄대학교 SSDSustainable Site Design 연구회에서 발간하여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살고 싶은 도시 100』을 번역 출간했을 때도 그런 아쉬움이 남았다. SSD 연구회에서 집필한 이 책은 전 세계 100개 사이트의 ‘지속가능한 도시 디자인’ 사례를 광범위하게 다루었는데, 교통과 관련한 이슈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는 다른 세계 도시 기행 서적을 보면서도 떨칠 수 없는 아쉬움이었다. 이에 십수 년 전부터 도시 문화 공간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교통’을 각 도시별로 정리해보고자, 매년 방학이 되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해왔던 일이 해외도시 답사를 떠나는 것이었다. 주로 항공사의 세계 일주 마일리지를 이용해 대륙별로 여러 도시를 몇 차례씩 방문하는 강행군이었다. 처음에는 계획가의 입장에서만 도시공간을 이해하고, 그저 의무적으로 교통인프라에 포커스를 맞춰 셔터를 눌러댔다. 그렇지만 짧은 머무름에 대한 아쉬움은 커져만 갔고, 그 도시에 대한 이해도 좀처럼 깊어지지 않았다. 이런 답사 패턴에 변화가 온 것은 오랜 친구인 손용선과 동행을 하면서부터다. 여러 도시를 다니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고 한 도시에서 최대한 오래 머물기 시작했다. 친구와 함께 많이 보고 깊이 느끼고 같이 사진 찍는 슬로우 여행을 즐기게 되니, 자연스럽게 그 도시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어떤 사진 한 컷이 아쉬워서 방문했던 도시를 다시 찾게 되는 경우도 생겼지만, 도시에 대한 이해는 한층 깊어졌다. 또 정성들여 찍은 사진을 통해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을 재발견하기도 했다. 어느덧 세계 여러 도시의 교통과 문화 관련 자료들이 쌓이게 됐고, 이를 강의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꽤 오랜 기간 동안 교통안전공단의 사보(TS for you)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지속가능한 교통, 도시와 교통, 지구촌 교통문화여행’ 등을 테마로 한 글을 연재하면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나갔다. 이들이 모두 이 책의 든든한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2002년부터 지속가능한 녹색성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도시교통 실현, 지속가능한 교통을 위한 CIVITASCity VITAlity Sustainability 정책을 시행하면서, 그 성과를 유럽 도시들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여러 도시들이 자동차 이용을 제한하는 교통수요관리TDM, 교통정온화Traffic Calming, 대중교통중심개발TOD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자동차가 점유했던 도시 가로를 환경친화적인 노면전차Tram로 바꾸거나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통합가로Complete Streets를 조성하는 데에 역점을 두고 있다. 우리 도시의 지향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①역사와 문화예술의 도시, ②친환경적 교통과 저탄소 도시, ③대중교통 중심의 도시재생, ④창조도시의 지속가능 교통 등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었다. 지면 한계로 부득이 50개 도시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소개된 도시들은 모두 도시공간과 교통에 있어서 도시 본연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저마다의 독특한 특색을 가진 여러 도시의 구체적인 사례가 국내의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활성화와 인간 중심의 교통환경 조성에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교통정책이나 교통인프라에만 집중하지 않고, 도시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 예술에도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한 까닭은 도시에 관심 있는 일반인을 위한 고려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도시와 교통이 그만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50개 도시의 자료를 모으기까지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이 책에 미처 싣지 못한 다른 도시들도 곧 자료를 보완하여 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모쪼록 이 책이 건축·교통·도시·조경·토목·환경 등을 공부하는 이들은 물론 도시공간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유의미한 길잡이가 되어준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 무작정 떠나는 것이 좋고, 여행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이 책이 전해지길 소망해 본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방학 때마다 짐을 꾸려 세계 곳곳을 여행할 수 있도록 무조건적인 동의를 해준 부인 박영리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따뜻한 추천의 글을 써주신 원제무 교수님과 이 책이 나오기까지 고생한 남기준 편집장, 박광윤 편집팀장, 이은미 디자이너에게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