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jayu.org
류재하, 임창민의 미디어 아트 은유; 시간

류재하, 임창민의 미디어 아트 은유; 시간

(재)달서문화재단

(재)달서문화재단·2015-01-01

  • 예술
  • KDC 606.3

로그인하면 내 서재에 추가할 수 있어요.

책 소개

류재하, 임창민의 미디어아트 은유; 시간 이원곤( 단국대학교 교수 / 미디어예술론)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문명이 머지않아 종말을 고할 것이고, 새로운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문명기가 도래하는가 했더니, 시나브로 셰일가스 혁명에 의해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아무래도 화석연료시대는 로마클럽보고서가 예언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길게 존속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석기시대가 끝난 것이 지구상의 돌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 아니었던 것처럼, 석유문명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도 바로 기술일 것이다. 라틴어로 ‘예술’을 뜻하는 ‘ars’가 원래 그리스어 ‘ techne’를 번역한 말이고, 둘 다 ‘인공(적인 것)’을 뜻하는, 즉 현재의 ‘기술’에 해당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원래 하나였던 이 둘이 나뉘어져서 다르게 쓰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바로 ‘미술’(fine art, beaux art)이라는 단어의 탄생이었다. ‘그냥 기술’이 아닌 미적(aesthetics) 기술이란 뜻의 이 말은 18세기 중엽 스위스학자에 의해 처음 쓰였다가, 1816년에는 프랑스의 국립미술학교(Academie des beaux-arts) 의 이름으로, 그리고 영국에서는 1850년대에 옥스퍼드 사전에 처음으로 등재되었다. 그런데 예전에 쓰지 않던 용어가 이 시대에는 왜 필요해졌을까? 거기에는 산업혁명이라는 배경이 있었다. 즉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을 수행하는 산업적 기술이 세상의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기를 경계로, 예술과 기술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 갔고, 둘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어느 듯 반목도 심화되었다. 둘 사이를 바라보는 세상의 상식은 이런 것이다. “이를 테면 기술은 기계로 표현되고, 예술은 인간의 감성적인 면을 대변한다. 예술은 정신적이거나 정감어린 세계에서의 자유로운 상상의 산물임에 비해, 기계는 물리적, 수리적인 자연의 논리적 필연이 낳은 결과이다. 예술적인 것은 정신적이면서 자유롭지만 기계적인 것은 물질적이면서 필연적이어서, 그야말로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므로 예술적인 것은 기계적일 수 없으며, 기계적이라는 것은 그것이 바로 비예술적이라는 증거가 된다. 예술은 기계와 무관하며 오히려 기계에 반발한다.” (졸저 (1997) '후기' 참조) ( 'epilogue' ) 그런데 이러한 대립은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사이에서도 나타났고, 기계가 인간을 대량으로 살육했던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그 대립의 상징성은 결정적인 것이 되었다. 그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꾸준히 계속되었다. 20세기초의 미래파운동은 전통적인 미학 대신에 기계적인 아름다움을 찬미하였고, 1934년 미국의 MoMA에서는 ‘기계예술‘(Machine Art)전이 개최되었다. 그리고 인문학에서는 1950년대에 S. P. 스노우는 에서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만남을 주창했고, 과학자로서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의 창시자였던 노버트 위너도 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2차대전 후 미국과 서유럽의 예술계에서는 “예술과 기술의 만남“이라는 슬로건이 제창되었고, 미국에서는 벨연구소의 과학자 빌리 클뤼버를 따라 수많은 과학기술자들이 예술가들의 작품제작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그것이 1960년대 E. A. T. (Experiment in Art & Technology)운동의 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흐름에 의해 태어난 ‘테크놀러지 아트’라는 이름의 예술장르가 그 후 50여년간 얼마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는지는 60년대의 ‘테크놀러지 아트’에서 현재의 ‘미디어아트’에 이르기까지 나타난 수많은 명칭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그 용어의 숫자는 조사하는 사람에 따라 수백개에 이른다는 말도 있지만, 우리가 잘 아는 이름만 해도 ??라이트아트??, ??TV아트??, ??일렉트로닉 아트??, ??비디오 아트??, ‘컴퓨터 아트’, '인터랙티브 아트‘, ??하이테크놀러지 아트??, ??디지털 아트??, ’레이저 아트‘, ’텔레커뮤티케이션 아트‘, ??정보예술?? 등이 있다. 한국은 서구에 비해 산업화가 늦게 시작되었지만, 최근의 몇십년 사이에 금새 산업화를 거쳐 정보화를 이루어내고, 현재는 세계굴지의 IT강국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그동안의 급속한 변화 때문에 내부적으로 정신적인 갈등도 작지 않았고, 한국의 현대문화사에서 ‘기계’과 ‘도시’, ‘서구문명’ 등이 자주 악(惡)으로 묘사되곤 했었던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 정신문화적 특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80년대 이래 칼라TV시대에 삼성전자나 LG같은 기업은 ‘테크노피아‘(Technopia), ‘휴먼테크‘(Human Tech)같은 조어(造語)를 사용하여, 자신들의 기업활동이 지향하는 바가 기계가 아니라 인간적인 지평에 있음을 애써 강조하려 했다. 한쪽에는 수묵화와 같은 전통미술, 그리고 70년대 이래 한국현대미술의 주류를 형성하기도 했었지만, 대구의 문화적 지형에서 디지털 미디어와 예술의 사이에서 치열한 창작의 혼을 발휘한 작가를 만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예를 들면 대구는 국내 최초의 자생적 미디어아티스트였던 박현기(1942-2000)의 고향이자 활동무대이기도 했던 곳이다. 마침 그를 기념하는 ‘박현기 1942-2000 만다라전‘(1.27~5.25)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동안, 근래에 대구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여온 류재하, 임창민 두 작가를 소개하는 미디어아트전시가 기획된 것은 시의적절하다. 이 전시 전에서는 두 작가에게 각자의 관점에서 ‘시간’이라는 주제에 은유적으로 접근하라는 미션을 부여했다. 하지만 두 작가의 작업은 모두 다층적 문맥과 초(超)언어적인 세계를 다루었기 때문에, 아마도 이 주제는 관객들에게 이 전시에 접근할 때 필요한 적절한 심리적 대응방식을 암시하는 포괄적인 은유가 되어버렸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두 작가를 한마디로 ‘미디어아티스트’라고 규정지을 수는 있어도 각각 사용하는 미디어, 공간과 영상에 대한 태도가 매우 다르다. 그러니까 이 전시를 감상하는 바른 방법은 어쩌면 두 사람을 서로 비교하는 데에서 시작하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지만, 두 작가를 같이 올려놓고 비교할 공통의 지평을 찾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닐 듯싶다. 우선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두 사람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자면, 류재하의 작품을 보는 관객의 시선은 공간에서 영상으로, 그리고 우리에게도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기계시대의 향수로 옮겨간다. 그의 작품에서 시간은, 시적으로 연출된 공간과 삐걱거리는 ‘새끼 꼬는 기계’의 동작이 대비되면서 환기시키는 기억으로 표현되는 듯하다. 한편, 기본적으로 사진을 출발점으로 하는 임창민의 작업에서, 시간은 실내풍경에 삽입된 모니터=창문에서, 즉 주로 외적(外的)으로 연출된다. 여기서 창문의 프레임은 실내의 시간이 동결(凍結)된 실내공간과 반대로 시간이 살아있는 실외공간의 경계선이 되고, 이 대비는 관객의 뇌(腦)에 미묘한 인식의 놀이를 제공한다. ‘시간이 외적으로 지각되지 않는 것은 공간이 내적으로 지각되지 않는 것과 같다’고 했던 I. 칸트의 통찰과 대비시켜보면 조금 더 재미있게 보일 것이다. 류재하는 미디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발견하는 놀이에 탐닉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때는 그것이 미디어의 퍼포먼스에 그냥 자신의 감각을 맡기고 스펙터클한 환영을 즐기는 안이함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미술의 세계에서 대상, 재료, 수단 그 자체의 특성을 제대로 발견하기까지 그것과 대화하는 놀이는 새로운 발견을 위한 필수적인 프로세스이다. 미디어와 오브제에 의한, 혹은 그것들을 통한, 그것들을 위한 놀이는 새로운 인식, 새로운 기법, 혹은 길(道)을 발견하게 한다. 그는 LED 디스플레이를 소재로 ‘미디어 조각’(media-sculpture) 작품을 보여주거나, 근래에 덕수궁, 광화문 등 역사적 건물 혹은 현대의 건축물에 이른바 3D 빔 프로젝션을 활용한 연출을 행한바 있는데, 보통의 이런 연출은 영상과 스크린으로 쓰이는 건조물의 정교한 매핑을 통해 하나의 새로운 리얼리티를 완성하는 기술적 구현력으로 관중을 매료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기술…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