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jayu.org
젬마의 논픽션 사워도우

젬마의 논픽션 사워도우

필리젬마

픽셔너리(FICTIONARY)·2016-07-04

  • 271쪽
  • 기술과학
  • KDC 594.71

로그인하면 내 서재에 추가할 수 있어요.

책 소개

2011년 1월 어느 날, 미국 펜실베니아 주 작은 가정집 냉장고 귀퉁이에서 한 철 넘기며 팔자 좋게 말라가고 있던 귤 세 개. 왜 발효액을 만들었는지 지금도 나는 이유를 모른다. 어설픈 초보에게 여지없이 닥치는 초심자의 행운은 그렇게 다가왔고 얼결에 성공한 발효액을 살리기 위해 그 때부터 피눈물 나는 독학이 시작되었다. 그냥 싱크대에 쏟아버리면 그만인 것을, 살생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이름 모를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을 차마 뿌리치지 못한 대가로 늘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덕분에 귤 발효액이 사워도우와 별 관계 없는 발효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공부는 그 때부터 다시 시작이었다. 격세지감이라고 훌쩍 5년이 지난 요즘, 우후죽순 늘어가는 사워도우나 천연 발효종 사이트 및 책자를 보며 유행의 긍정적, 부정적 파워를 새삼 느끼는 중이다. 블로그에 밝혔듯이 이 책은 판매를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개인 소장의 의미로서 내가 미친 듯이 몰두한 지난 시간의 작업을 일단락 하고픈 작은 매듭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기대와 반응이란 것이 생겼고 결국 지금껏 작업한 빵에 화려한 인공 조명을 새로이 입혀 잡지책 같은 촬영에 임해야 하나 자문하는 일도 잠시. 처음 기획했듯 독립 출판의 형식으로 내가 작업한 지난 시간을 고스란히 담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했을 당시의 허접한 완성컷, 최대한 자연광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찍고자 발악했던 한국에서의 사진들, 4계절은 물론 수십 가지로 묘사할 수 있는 온갖 날씨가 고스란히 담긴 빵, 그 사이 카메라 두 대는 작살이 나고, 호기심 충만한 작은 딸 손에 카메라 설정이 바뀐 지도 모른 채 찍어댄 수많은 사진들은 사이즈 미달로 원고에 오르지도 못했다. 책 제목이 논픽션인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다. 이 책은 사워도우와 함께 한 지난 5년의 히스토리다. 만약 시중에 나온 한국인 혹은 일본인 저자의 천연 발효종 책과 지금 손에 들려 있는 이 책을 동시에 참고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대부분의 천연 발효종 책자는 과일이나 곡물로 만든 액종빵을 다루지만 이 책에서는 사워도우 빵을 다룬다. 둘은 전혀 같지 않은 완전히 다른 영역의 빵이므로 발효종을 만드는 방법부터 다르다. 발효 중인 건포도 혹은 사과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면 이 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책을 읽는 분들은 필리젬마가 천연 발효종 빵이 아니라 사워도우 빵을 만드는 작업자라는 사실 만큼은 명쾌하게 알아줬으면 한다. 내용 안에 서술이 되어 있지만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천연 발효종의 대부분은 내가 집중하고 있는 사워도우가 아니다. 내가 초보였을 때를 생각하며 되도록 쉽게 설명하려 노력했으나 사워도우는 제과와 제빵을 거친 후 두드리는 마지막 문 같은 존재라 알 건 알고 있어야 이해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많은 이들이 헷갈려하는 천연 발효종의 정체에 관해서는 나름 지면을 할애하여 충분히 정보를 전달하려 애썼으나 그 외 초보자들 수준을 넘어서는 이론적인 설명은 되도록 간략하게 줄였다. 대신 만드는 과정에서 겪은 실수, 실패, 성공, 그 무엇이건 간에 경험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풀어보고자 했다. 보다 깊게 알고 싶다면 사워도우의 성경쯤 되는『BREAD』나 사워도우 재조명에 결정적 역할을 한 Robertson의 『TARTINE』을 추천한다. 2013년부터 작업한 이 책 『논픽션 사워도우 Nonfiction Sourdough』는 『BREAD』를 비롯, 외국 저널지에 실린 사워도우 관련 논문, 전세계 밀농사 통계 자료, 외국 푸드 잡지 및 뉴욕 타임즈를 비롯한 언론 기사, 공신력 있는 미국 내 사워도우 베이킹 포럼 등에서 얻은 자료를 읽고 또 읽어 내 것이 된 지식을 내 문장으로 풀어냈다. 하고 싶은 얘기 다 쏟아놓은 것 같은 책이지만 완성 원고를 읽으면 읽을수록 완벽한 책은 불가능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느낀다. 일부러 못 쓴 얘기, 빠뜨리고 못한 얘기, 책이 나올 때까지도 생각지 못한 얘기 등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미흡하나마 내 책은 앞서 언급한 『BREAD』나 『TARTINE』같은 책을 읽기 전에 건너가는 징검다리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이 책에 수록된 레시피는 기존의 것(주로 우리밀)을 대폭 보강 및 수정한 것도 있지만 많은 부분이 블로그에 싣지 않은 새 레시피다. 너무 열중한 나머지 어느덧 책의 컨셉을 망각한 채 난이도가 좀 높은 레시피(수분을 많이 쓰는 Chad Robertson에 비하면 그다지 난이도가 높지도 않다만)에 주로 치중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제 와서 어쩌겠나 싶은 객기로 그냥 밀어부쳤다. 초보자용 컨셉에서 벗어난 건 완벽한 내 실수지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초창기 중급용 레시피 작업 방식에 진화를 겪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완전 초보자인 분들은 필리젬마의 블로그에서 중급 레시피를 훑어봐도 좋겠다. 초창기 중급 레시피는 빵을 좀 알아가던 차에 한 두 개 레시피를 기본으로 조금씩 수정 및 응용을 가해 계속 파생시킨 경우라서 레시피끼리 비슷비슷하고 아주 어려운 배합도 아니다. 책에 수록할 만한 가치는 그다지 높지 않기에 원고에서 대부분 탈락했지만 초보자들이 접근하기엔 용이한 수준이므로 참고가 될 듯하다. 블로그의 중급에 해당되는 레시피는 이 책에서 너 댓 개 정도다. 지난 5년을 크게 쪼개 본다면 1기는 누나님, 책방주인님, 부니님, 유끼님(이상 블로그 이웃이 된 순서)과 함께 했던 연구의 시간이다. 그 때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열정과 집중이었으며 두 번 다시 못할 깡이었다. 사워도우는 내게 평생의 친구를 만들어 주었다. 2기는 클래스와 책을 준비하며 만나게 된 새로운 인연의 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클래스를 통해 세상을 만나게 해 준 뿌리온더플레이트의 이윤서님, 별 볼일 없던 내게 사진 촬영용 도마를 선뜻 내어주신 니어바이 공방 최호정님, 돌 지난 아이 들쳐 업고 편집 및 디자인 작업에 밤을 지새운 로렌시아, 탈고 후 맺은 화개와 구례의 인연까지. 필리젬마라는 이름으로 사워도우 베이킹에 몰입하게 도와주신 분들은 너무도 많다. 이 책을 구상할 때만 해도 손으로 꼽을 정도였지만 집필 후 2년이 지나는 사이 워크샵과 클래스, 화개 특강, 최근 이뤄진 출판 프로젝트까지 보태면 내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분들의 힘이 있었다. 그런 분들의 후원으로 함께 만들어 낸 기적의 책이다. 소중한 이름 석자를 새기게 된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 이 책을 통해서 사워도우 빵에 대한 지나친 찬사도, 근거 없는 멸시도 경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밑도 끝도 없이 건강빵이라는 아이템에 이 빵을 묶어 둘 필요도 없거니와 잘못 키운 발효종과 그 발효종으로 만든 미흡한 빵맛을 사워도우로 오해할 이유도 없다. 내 개인적인 시행착오의 결과가 작업자들의 실수를 줄여주는 도구가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 소소한 책자가 꼭 필요한 분들 손에서 의미 있게 재생산되기를 희망한다.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