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다다를 수 없는 고향 ‘함경남도 원산시 산제동 18번지의 18.’ 구세병원 앞, 넓은 마당을 가진 한옥이다. 돌담 아래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던 옛집이 눈에 선하다.여든 해를 넘기도록 간직한 돌 사진 한 장이 힘들고 어렵던 고비 때마다, 나를 바로 세워 준 원동력이었다. 추석을 보름가량 앞두고 나는 세상에 태어났다. 아기 울음소리가 담장을 타고 마을로 전해졌고 동네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축하인사를 해주었다. 사진에 양말도 신지 않은 것을 보면 그 때부터 나는 열이 많았나 보다. 집안일을 돌봐주시던 누님의 등에 업혀 무럭무럭 자랐다. 이웃집에 밤마실을 갈 때 누님 등에서 들었던 자장가는 평생 잊을 수 없어 지금도 가끔 흥얼거린다. 누님의 무명저고리에 얼굴을 묻고 잠들었던 기억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내 이름은 한 때 박동팔(東八)이었다. 여덟 번째 낳은 아들이라 모두 그렇게 불렀다.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을 때마다 나는 바보처럼 울었다. 아버님은 ‘남자는 울지 않는 법이라’고 달래며 박동철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해주셨다. 야속하게도 녀석들은 ‘X팔이’라는 별명으로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나를 놀렸다. 피난을 간다고 했다. 아직 어린 일곱 살이라 그것이 어떤 상황인지 잘 몰랐지만 고향집을 떠나기 싫었다. 어머니와 함께 대충 짐을 꾸려 길을 나섰다. 길 안내자를 따라 2박3일간 걸어서 강을 건너 월남했다. 키가 큰 동실 형의 목마를 타고 임진강을 건넜다. 강물은 형님 가슴까지 차 올랐다. 발목에 찰랑대던 강물의 기억이 시리게 남아 있다. 아버지는 늘 바빴다. 원산지역에서 한천공장도 하셨지만, 교육사업도 하셨다. 문천시에 문일소학교(文壹小學校)와 원산시에 동해중학교(東海中學校)를 설립했다. 바깥일에 바쁜 아버지를 대신하여 집안일은 모두 어머니 몫이었다. 억척스레 가족을 챙겼다. 집안일을 혼자 하시다보니 어머니의 손은 푸른 정맥이 울퉁불퉁하게 나와서 거칠어 보였으나, 손을 잡으면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전해져 왔다.사진이 흔치 않았던 시절이었다. 반듯한 이마에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하고 한 손에는 나리꽃 비슷한 것을 들었다. 돌 사진에 꽃이 빠질 수 있으랴. 지금처럼 어릴 때부터 나는 꽃을 좋아했나 보다. 장난감도 아닌, 꽃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원산은 얼마나 가깝고도 먼 곳인가. 아직도 다다를 수 없는 그곳에 일곱 살 아이가 여든이 되도록 그리워 한 고향집이 요즈음은 꿈에 자주 보인다. 살아온 인생을 접고 또 접고, 접으면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을까. 내 삶의 노래는 이 사진 한 장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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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무늬로 아로새긴 달의 이마 노래하라, 기억이여 1. 흐르는 강물처럼 효자동 49-5번지 기브미 초콜릿 세월이 나를 끌고 가고 진효의 배꼽시계 세상이 온통 노랗다 전설이 되어버린 나의 이야기 빨간 모과 행운목 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나의 어머니 몸이 신전이다 죽음이 슬픈 이유 느릿한 완행열차면 더욱 좋다 빛바랜 사진의 추억 빨간 골프공의 추억 아내의 손을 잡고 흐르는 강물처럼 2 산이 거기 있어서 산이 거기 있어서 마등령에서 만난 청춘 서쪽 하늘 줄 이뭣고! 겨울, 한라산 둘이 서로 바라보며 웃네 별을 보며 걷는다 나이메겐을 걷다 –47번 –- 337~342p 3. 하얀 끈이 달린다 하얀 끈이 달린다 어머니와 함께 뛴 100km 울트라 마라톤 러너스 하이 나비의 날개 하이포서미아 병원놀이 4. 물결무늬로 아로새긴 달의 이마 물결무늬로 아로새긴 달의 이마 하늘의 호수, 천지(天池) 무지개를 따라갔더니 깊고 푸른 언어, 바이칼 호수 장강의 울음소리 밤이 미워! 하나우마 베이의 참새들 별들의 고향, 캄차카 버킷리스트 그리고 가족사진 나의 작품사진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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