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figure in the carpet
by Henry James, edited and image-worked by Seunghyun Lee
AABB·2024-11-11
- 365쪽
- 193×293mm
-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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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The Figure in the Carpet』은 헨리 제임스가 지은 동명의 단편 소설 「융단 속의 무늬」를 이용한 일종의 그래픽 노블이다. 이 책을 엮은 저자이자 디자이너인 이승현은 ‘글과 이미지를 해독하고자 하는 의지’만이 책이라는 매체에서 저자와 독자가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하고 확실한 가치라는 메시지를 독창적인 시각적 서사를 통해 전달한다. 헨리 제임스의 「융단 속의 무늬」는 죽은 소설가의 유작에 담긴 비밀을 밝히고자 카펫 무늬에 숨겨진 의미를 밝히려 애를 쓰다 결국 허망한 결말에 도달하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편 『The Figure in the Carpet』은 이승현이 엮어놓은 치밀한 장치를 통해, 독자가 책 속에 담긴 글과 이미지에 숨겨진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게 만든다. 『The Figure in the Carpet』은 헨리 제임스의 「융단 속의 무늬」의 전문, 극작가이자 비평가인 T.S.엘리엇이 「융단 속의 무늬」에 대해 언급한 두 권의 저서에서 발췌한 인용문, 그리고 이승현이 그린 그래픽으로 구성되어 있다. 언뜻 카펫에 새겨진 무늬처럼 보이기도 하는 일련의 그래픽은 대부분 완성되지 못한 밑그림 상태로 멈추어져 있다. 이승현은 그래픽 아래에 소설 텍스트를 마치 각주처럼 배치하였는데, 글과 이미지 사이에 뭔가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독자들이 그래픽에 색칠을 하고 싶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를 통해 『The Figure in the Carpet』은 독자의 호기심—혹은 어떤 서사의 결말이나 아름다운 도상의 완성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욕망—을 담보 삼아, 글과 이미지를 해독하고자 하는 독자의 의지를 확인한다. 이승현은 이 과정에서 저자이자 디자이너인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독자를 순종시키기 위해 아름다움이나 비밀에 다가가고자 하는 인간의 원초적 집착을 전략적으로 이용한다. 이승현의 그래픽에는 ‘숨은그림찾기, 다이어그램, 컬러링 밑그림’이 가진 지시적 속성이 어지럽게 중첩되어 있다. 그래픽은 추상적인 조형으로 가득 찬 있지만 그 안에는 구체적 형상의 사물들이 파편적으로 숨겨져 있으며, 이는 독자가 그래픽에 담긴 의미를 알아내고 싶도록 유도하는 장치이다. 그래픽은 검은색 선을 통해 색칠하기 좋을만한 면적으로 나뉘어져 있기도 하다. 이는 컬러링 북을 연상시키는 장치로, 채색이 완료되면 그래픽이 가진 의미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독자를 이끈다. 나아가, 이 모든 시각적 장치가 충분한 흡입력을 발휘하도록 그래픽은 매우 풍성한 장식적 기교를 통해 매력적으로 완성되어 있다. 독자는 지면 위에 놓인 그래픽을 완성해 그 의미를 파악하고 싶은 욕구, 그래픽과 나란히 놓인 글과의 관계성을 파악하고 싶은 욕구,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글의 결말에 도달하고 싶은 욕구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The Figure in the Carpet』은 독자를 유혹하는 동시에 방해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책이 도입부를 지나게 되면 물방울이나 그림자가 그래픽을 덮는 장면이 간헐적으로 등장한다. 지면에 인쇄된 것으로 보이던 평면 그래픽이 마치 손으로 만져질 것 같은 생생한 촉감을 획득하는 순간, 독자는 지금까지 그래픽을 해석해 오던 과정에 이물감을 느끼며 이미지와 상호작용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책의 지시에 무의식적으로 따르던 행동에 난항을 겪기 시작하며, 독자는 무조건 반사적으로 글과 이미지를 해석하려고 하고 있던 자신의 순종적인 모습을 알아차리게 된다. 더구나, 주어진 그래픽을 모두 완성하게 되면 독자는 「융단 속의 무늬」와 그래픽과 소설 사이에 아무런 관계성이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마치 헨리 제임스가 「융단 속의 무늬」에서 숨겨진 비밀을 밝히고자 하는 주인공의 의지를 소설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으로 사용했듯, 이승현은 『The Figure in the Carpet』을 통해 책이라는 매체의 기저에는 (실제로 의미나 관계성이 있건 없건) 글과 이미지를 해독하려 하는 독자의 의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다시 말해, ‘글과 이미지를 해독하고자 하는 의지’만이 책이라는 매체에서 저자와 독자가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하고 확실한 가치라는 것을 『The Figure in the Carpet』을 통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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