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햇빛이 금빛으로 머무는 서향의 창가에 앉아 글을 쓴다. 지으려는 혹은 짓다 만 글집은 잠시 머뭇대는 사이에 돌연 흐릿하게 숨어버린다. 커피를 마시려다 벌써 세 잔째라는 생각에 생수를 꺼내 들이킨다. 한 줄의 글도 못쓰고 울안에 갇힌 짐승처럼 서성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쓰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보상을 바랄 수 없는 짝사랑 혹은 지독한 연애 아니겠냐고 답을 한다. 가슴 뜀과 기진맥진, 쓰디쓴 환멸까지 쓰는 일은 사랑과 닮아 있다. 둘 다 눈먼 열정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무르익어서 달콤한 사랑은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다. 사랑이 다가오는 예감의 시간이 있다. 끓어오르는 삶의 소음들이 우물 속처럼 깊어지면 컴퓨터를 켠다. 다시, 사랑을 이야기할 때다. 가슴 떨리도록 온몸을 뜨겁게 달구던 마흔 편의 열정이 깨어나는 순간이다. 그 흔하디흔한 연애의 치열함과 묵직한 고집과 결코 타협하지 않는 순수가 문학의 곳간에 쟁여둔 곡식 가마처럼 든든하고 대견하여 부자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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