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경기잡가는 18세기 무렵 본격적으로 등장해 20세기 초, 극장 무대와 음반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조선 후기부터 20세기 초중반까지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경기잡가는, 오늘날엔 길고 느리며 어렵다는 인식 속에 어느새 ‘옛 유물’로 취급된다. 지금껏 경기소리의 창작 작업은 타 장르와의 협업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단락이 분명하고 길이가 짧으며 서정성이 돋보이는 경기민요가 작업의 중심이 되었고, 그와 대비되는 경기잡가는 점차 대중의 시야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잡가는 민요와 달리 긴 호흡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서사적 장르’다. 민요가 선율 중심의 노래라면, 잡가는 사설 중심의 노래다. 경기잡가가 과거 대중에게 얻었던 호응 역시 선율보다 ‘가사에 담긴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경기소리를 전공한 우리가 ‘전통’이라 배우는 음악의 범위는 고작 5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전혀 다른 음악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유성기 음반 속 경기잡가엔 오늘날 우리가 배우고, 부르는 형태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 있었다. 무엇보다 장단, 선율 등 음악적 요소가 다채롭고, 10년·20년의 간격을 두고 수록된 동일 곡의 변화 양상에서는 잡가의 발생과 작창 원리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악보집에 실린 창작잡가 12곡의 모든 음악적 요소는 전통의 범주 안에서 가져왔다. 경기잡가의 형식과 틀을 바탕으로 현대의 이야기를 담아 부르는 일은, 경기소리사의 중추인 경기잡가를 다시 무대로 불러내는 동시에 ‘앞으로의 전통’을 모색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100년 뒤 전통이 될 음악에는 2020년대의 노래, 곧 지금 우리의 시간이 담긴 소리도 포함되어야 한다. 우리가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중반의 음악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전통으로 받아들이듯, 먼 훗날의 세대에게는 오늘 우리의 삶이 하나의 전통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전통은 과거가 아니라, 언젠가 과거가 될 현재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을 수 없다. 창작잡가 12곡에는 지금의 삶과 지금의 사람들이 있다. 이 노래들은 우리가 애써 알아들으려 하지 않아도, 한자를 공부하지 않아도 내용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쓰였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생각과 감정에 공감할 수도 있고, 사소한 농담에 피식 웃음이 날 수도 있다. ‘전통 소리’인 줄 알고 들었는데 ‘요즘 이야기’였다고 느껴지는 노래, 바로 그것이 내가 제시하는 창작잡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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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시작에 앞서 Before the First Note # 오래된 새로움, 잡가의 창작 Old Newness: Creating Japga # 기보 기호 안내 Notation Symbols Guide # 1. 안주타령 Anju Taryeong (A Song of Bar Snacks) # 2. 진상타령 Jinsang Taryeong (Song of Troublemakers) # 3. 대한유람가 Daehan Yuramga (A Journey Song of Korea) # 4. 신병타령 Shinbyeong Taryeong (Song of the New Recruit) # 5. 이별타령 Ibyeol Taryeong (Song of Parting) # 6. 애견타령 Aegyeon Taryeong (Song of the Pet Dog) # 7. 역타령 Yeok Taryeong (Song of Station-Hopping) # 8. 각지 역타령 Gakji Yeok Taryeong (Song of the Regional Metro Lines) # 9. 국밥타령 Gukbap Taryeong (Song of Korean Rice Soup) # 10. 김치타령 Kimchi Taryeong (Song of Kimchi) # 11. 도깨비타령 Dokkaebi Taryeong (The Goblin Song) # 12. 십이지타령 Sipiji Taryeong (Song of the Twelve Zodiac Animals)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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