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커피마우스 지금, 그대 입술을 검지로 찌르겠어요 딸깍, 하고 혀를 치면 빈 화면이 더워지고 거듭해 새벽별 뜨는 모니터가 열려요 원두 깊이 숨겨 둔 몽정의 새벽인 양 나른하기 싫어서 목젖을 꿈틀대면 부족한 경험치만큼 눈 뜬 생이 버거워 커피 컵과 손가락이 마주하는 시간과 출력된 모니터의 게임창을 닫는 건 가쁘게 구인구직란 클릭하라 함이다 뜸북새 정말 별거 아니었다, 살 던 집이 허물어 진 건 충혈 된 빨간 눈을 휘감아 돌던 먼지 깡마른 아비의 손에 조선낫이 들려 있었다 땅 주인은 친구였다 아니, 친구 였었다 쓰러진 내 어미와 그 뒤를 이은 아비 벼락은 지주 그에게 아무것도 치지 않았다 공단 조성 함바집에 어린 순애가 살고 있다 이제 여섯 살이다. 그러나 울지 않는다 말 타고 서울 간 오빠 올 때가 됐으므로 뜨거운 상속 아비의 소천 이후 그의 삶이 달라졌다 오랜 세월 푸지 않은 눈물샘 깊이 파고 남 볼까 몰래 두려워 두레박질 하곤 했다 사내로 태어나서 운 적 한번 없겠냐만 저물어 슬픈 등을 툇마루에 내다 거는 메마른 그의 뒷등이 오늘따라 축축했다 상속 받은 아픔일랑 주머니에 접어 넣고 뜨겁게 남기고 간 내 아비의 의치 한 알 내도록, 숨은 살도록 문지르고 있었다 손가락에 심은 공병 외발 짐수레가 그의 앞을 지나간다 비듬하게 축이 휘인 나사 풀린 고무바퀴 한 순간 공병 하나가 몸 비틀 듯 떨어진다 쨍그렁, 금이 가는 그의 망막 너머로 깨진 조각 급히 줍는 팔십쯤 된 할머니 손끝은 장미 울타리 새빨간 꽃이 핀다 뉘 집은 깨진 조각 고대광실 담에 심고 할머닌 판자 살이 손끝에 병을 심고 끼 거른 손주 생각에 손가락을 힘껏 빤다 노을의 자식을 입양하다 붉은 놀을 마주한 지 십 수 년이 흘렀다 네 배 째 새끼 낳은 길고양이 한 마리 발가락 꼬물거리는 새끼를 핥고 있다 그날은 비가 와서 바람이 차가웠다 사위는 어둑한데 번개 한 번 치지 않는 한낮은 한밤 이었다 빗방울이 흔들렸다 휘몰아 번개 친다, 음습함이 엄습 한다 후진하던 차에 치인 어미 고양이 눈과 귀 노을이 피고 있었다 훨훨 타고 있었다 포임(poem)트럭 가만히 앉아 보면 차 천정은 겨우 한 뼘 서서는 닿을 수 없는 아득한 공간인데 물 마른 행주를 짜듯 자모음을 쥐어짠다 뇌리에서 빠져 나온 땀방울은 흥건하고 가스 불에 맡겨버린 칼질 못한 마침표 앞으로 도마 몇 번을 두드려야 잘릴까 포기할까 하자해도 혹여 밥줄 놓을까 한 꼬치 또 한 꼬치 튀겨 건진 일상에서 곡진함 어슷썰기로 가판대를 채운다 달맞이꽃 설화 1. 위패인 양 걸려 있는 가지 끝 잎새 한 장 벌레 먹은 구멍으로 달빛 흘러나오면 어머닌 실을 대신해 달빛을 잣곤 하셨다 잣고 또 자은 실이 한 뭉치 타래지면 재우쳐 손가락에 휘휘 풀어 꿰시고 코바늘 시린 콧날로 꽃을 뜨곤 하셨다 2. 징용 당한 실타래가 꽃을 피운 군함도 콘크리트 뚫고 나온 왜곡된 바람 앞에 이우는 그 순간에도 눈은 붉고 뜨거웠다 달빛 길게 늘어져 먼 바다 건너건만 손에 감아 꽃을 뜰 어미 이제 없으니 눈 뜨고 죽은 꽃 위해 꽃 떠 줄 자 누군가 밥의 신전 자정 넘어 건져 먹는 중노동은 불어 있다 무교대로 살을 발라 기도하듯 퍼내는 건 뼛골과 뼛골 사이에 밥이 살기 때문이다 숟가락이 닮았다 작은 견인차 한 대가 큰 트럭 끌고 간다 길가엔 쇠똥구리 집채만 한 쇠똥 지고 연보라 제비꽃 피는 밥상을 향해 → 간 다 소나기 가시 채찍 닮아 있는 날 선 번개를 보다가 둥근 고삐 바투 쥐고 쇠잔등 내리치던 아버지 당신 생각이 빗소리에 젖습니다 뒷걸음질 칠 때마다 써레질이 남았다고 다 고르지 못한 무논 소 눈 붉혀 울 때면 내일 또 고르자시며 써레 풀던 아버지 등골 몽땅 녹아 고인 상속 받은 무논에서 포기할까 할 때마다 쇠잔등이 되어 맞는 그때 그, 소 몰던 아비 채찍질이 맵습니다 냉이꽃 아내 아파도 아프단 말 한 마디도 못하고 기도하듯 웅크린 채 삭은 고철을 줍는 그 아내 우묵한 등이 자질자질 저문다 일을 사랑했으되, 오래 할 수 없었던 왕년을 전후하여 들이닥친 매운 한파 일 하나 못 가진 죄로 나는 고철이었다 그렇게 겨울 오고 또 몇 번의 겨울가고 집게가 그를 들어 바구니에 던졌을 때 보았다, 고철을 찢고 흰 꽃 올린 당신을 진달래 아비의 무덤 앞에 함께 모신 어미 밥상 못 다 나눈 말씀인 양 노루귀 쫑긋한데 두고 온 아이 생각이 연지곤지 피고 있다 아리랑 LP판을 올리고 축음기 마주하면 튕긴 기타줄인 양 잘게 떨리는 떨판 생으로 꺾어 씹었던 보릿고개 보리 같다 떡 찍어 먹어도 되고 술에 타 마셔도 되고 울 엄니 장사 갈 때 가슴 찍어 드시던 보따리 겨울 등짝엔 된서리가 가득했다 LP판을 내리면 닷새 걸러 장이 서고 뜨끈한 한 양재기 막걸리를 하고서야 따라온 언덕구비가 불러 주는 아리랑 엉덩이 우물 새벽을 입고 나서는 아내의 등을 본다 뒤처진 종종걸음이 뒷모습을 대신하고 한 주걱 안타까움을 밥공기에 담는다 주춤주춤 일어서는 몇 톨 밥과 씀바귀 홀로 식탁 마주한, 꽤 시간이 흐르고 지금쯤 가쁜 아내는 먼 병원에 닿았겠다 갱년기의 뜨거움을 베개 세워 지샌 소파 움푹 파인 엉덩이께 우물자국 볼 때마다 마른 뜰 흠뻑 적시는 비가 되고 싶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1. 기찻길 옆 지하 셋방 겨울은 어이 긴지 메밀묵 장사 나간 엄마는 오지 않고 언니가 연탄불 꺼진 화덕을 열어 본다 2. 나뭇가지 물을 올려 찬바람 끄고 있다 소리에 깜짝 놀라 얼음장이 깨지고는 애꿎은 겨울 엉덩이 뻥뻥 걷어차고 있다 도랑가 버들강아지 오요요요 불러본다 나붓대며 흔들리는 흰털 박힌 짧은 꼬리 이제 막 젖을 떼고 온 초봄이 깡총 뛴다 안경 이제 날도 저무는데 오지 않는 어머니 두 눈에 걸려 있는 달 한 방울 눈물 한 방울 콧등이 시린 이유를 벗고서야 알았네 초록 발자국 오독, 깨문 그 달이 이제 맛 본 그 눈이 들고양이 찍고 가는 발자국을 먹고 있다 한 주먹 씨를 뿌린 듯 새움 돋는 하나, 둘, 셋, 폭설 꿈마저 어둑한 새벽 아빌 보내 드리고 아궁지 식은 저승에 장작불을 당긴다 삼년상 마친 겨울이 구들인 듯 따뜻하다 보름달 적자 삶을 메꾸는데 십 수년이 걸렸다 온갖 꾸중 마다않고 어이 돌 듯 살았더니 저울은 활처럼 휘고 쏘아 올린 동전 한 발 자운영 그를 다시 만난 것은 어느 공사장이었다 모닥불에 탁탁 튀는 음영 짙은 눈망울 그것은 아무리 봐도 산 자 것은 아니었다 한 개 두 개 던져 넣는 각목 빠개 만든 장작 못들을 박아 넣은 망치자국 선명하다 어쩌면 신기전처럼 복직운동을 까부쉈을 찌그러진 주전자가 몇 순배 돌고 갔다 스티로폼 엉덩이를 비집고 나온 넝쿨 아직은 괜찮다는 듯 새파랗다, 봄빛이… 거미 한 마리 허공 거기에도 잡부 그는 있었다 밑 빠진 꽁무니로 밧줄을 겨우 미는 삼십 층 여름 햇살이 던져 놓은 한 나절 잡힐 먹이 있겠냐만 외오 선 몸부림으로 죽어도 살겠다고 밑바탕에 힘을 주는 거미의 성긴 다리가 염열보다 뜨겁다 단추 깨진 옷소매로 켜켜 앉은 소금 턴다 맑은 유리 복판에 얼비치는 석양 무렵 나빈 듯 하루 일당이 목구멍에 걸려 있다 라일락 마약쟁이 래병이가 마약하다 죽었다 오랜 친구 원술이는 지금, 복역 중이다 꽃 피는 봄날 그때를 아주 좋아했었던… 얼큰하게 생긴 그는 오늘도 혼자였다 잡부에게 홀로란 건 공치고도 불콰한 날 그런 날 내리는 비를 우린, 단비라 했다 포장마차 포장 위로 몇 순배 넝쿨이 돌았다 연탄불에 떨어지는 꽃잎과 둥근 이파리 그 봄이 타는 냄새가 눈물처럼 지독했다 묘권猫拳 그녀가 시전하는 묘권猫拳은 절묘했다 낙엽 따라 내려 앉아 목덜미를 핥작이다 한 순간 품속에 들어 아삭, 그를 베어 문다 또 다른 비전절기는 나무그늘 찢기인데 발톱이 찢어발긴 그에겐 그늘이 없다 그곳을 사랑했었던 무사 그도 죽었다 차 잃고 포도 잃고 장기 두는 그는 잡부 하루 종일 삽질해도 땡볕 줄지 않는데 그 그늘 못 덮고 지낸 그해 여름은 추웠다 빨리, 빨리, 그에겐 추락조차 흔치않은 호사였다 등짐 자국 선명한, S병동 응급실 뼈마디 뚝뚝 부러진 마른 몸이 누워 있다 한때는 불끈했을, 뱃심 또한 든든했을 누구의 남편이고 아빠였을 저 사내 머리맡 병상일지가 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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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마우스 13 뜸북새 14 뜨거운 상속 15 손가락에 심은 공병 16 노을의 자식을 입양하다 17 포임(poem)트럭 18 달맞이꽃 설화 19 밥의 신전 20 숟가락이 닮았다 21 소나기 22 냉이꽃 아내 23 진달래 24 아리랑 25 엉덩이 우물 26 기찻길 옆 오막살이 27 안경 28 초록 발자국 29 폭설 30 보름달 31 자운영 32 거미 한 마리 33 라일락 34 묘권猫拳 35 빨리, 빨리, 36 조팝꽃 밥상 38 어느 나무의 왕년 39 단장의 미아리 고개 40 꽈리꽃밥 41 별이 된 전화번호부 42 강철도서관 44 윷놀이 45 꽃대궁 팬티 46 아침노을 47 꽃씨들의 모의謀議 48 장미가문의 계보 49 체납고지서 50 오! 필승코리아 52 안녕하십니까 54 지천명취업신공 56 지퍼의 구강口腔 59 死하라 사막 60 포장마차에서 만난 신궁 62 스캔들 64 장미여인숙 65 신발주머니 66 플래카드 공화국 67 구멍 68 찔레꽃 70 풍경風磬 71 손 72 아버지의 시간 74 옥중편지 75 안부安否 76 하늘을 나는 어족魚族 78 누룽지귀신 79 꽃지짐, 달지짐 80 휴대폰 81 달빛개찰구 82 봉숭아 83 고양이 화원 84 벚꽃자객 85 달랑무 86 할미꽃 시계 87 칸나 88 넝쿨장미 89 벚꽃의 국적 90 폐차장에서 91 암전暗轉 92 콩나물 바이러스 93 크리넥스 티슈 94 손가락 찻잔 96 달빛 한 병이 7½잔인 이유 98 연필깎이 99 책 읽는 소녀상 100 에스프레소 101 벚꽃 세탁소 102 죽미령 103 독도아내 104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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